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터벅터벅 도착한 회사의 현관 앞에는 직원들이 잔뜩 모여 웅성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안 들어가고 여기서들 뭐하나?”
직원들이 옆으로 물러나자 드러난 현관문 앞에는 신발 하나가 걸려 있었고 신발의 옆면에는 詩가 적혀 있는 커다란 종이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동남아시아로 보이는 지도 한 장이 걸려 있었는데 지도의 한 곳에만 빨간 사인펜으로 색이 칠해져 있는 것이었다.
‘뭐야? 나보고 방글라데시로 오라는 건가? 돈도 없는데.’
잠시 무슨 영문인가 했던 시바르의 눈으로 제일 오른쪽에 양푼이 다섯 개가 뒤집힌 채 줄에 엮여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양푼이의 겉면에는 각각 굵은 매직으로 ‘시바르, 뻥카, 주전자, 뻐꺼지, 방글라’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순간 시바르의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시바르는 부리나케 직원들이 모여있는 장소에서 벗어나 그래도 여전히 굴러가기는 하는 차에 시동을 걸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시바르의 머리에는 딱 한 곳만이 계속 떠오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