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있는 참모에게 실권을 주라. 겸손을 지키면 기쁘게 될 것이다.
능력이 있어도 주목 받지 못하던 사람이 때를 만나면 순식간에 대발합니다. 들판에 우레가 치듯 사방에 이름이 알려지게 되지요. 그의 성공은 그가 고생하고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시절을 인내하는 동안 자기의 실력을 기르고 그릇을 키운 덕입니다. 우리는 이 점을 명심하고 고생 자체를 성공의 전제 조건으로 여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려워도 자존감을 잃지 않고 실력을 기른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며, 고난을 넘어 만사가 형통해진 때에도 겸손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힘겹게 얻은 성취를 모래성처럼 무너뜨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豫 利建侯行師
예 이건후행사
-제후를 세워 군대를 통솔하게 하면 이로울 것이다.
<서괘전>에 '有大而能謙 必豫 故受之以豫 유대이능겸 필예 고수지이예'라고 했습니다. '많이 소유하고도 겸손할 수 있으면 반드시 즐거울 것이기에 뇌지예괘로 받았다'는 뜻입니다.
내괘 곤괘는 토土이고 외괘 진괘는 동방목木이니, 봄의 형상이 됩니다. 가냘픈 새싹이 겨우내 얼어붙어 있던 단단한 땅을 뚫고 올라서는 기운은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기적과 같은 힘입니다. 우레가 세상을 뒤흔드는 정도의 강력한 에너지인 것입니다. 인간이 감지하지 못할 뿐이지요. 또한 땅 위에서 우레가 치는 상으로 소리, 음악의 상이 나옵니다. '기뻐하다, 즐기다, 놀다'는 뜻이 있는 예豫를 괘명으로 삼은 까닭입니다.
예豫에는 '미리 예측하다, 미리 준비하다'의 뜻이 있습니다. 봄에 우레가 치기 위해서는 가을에 우레의 씨앗이 땅에 심어졌기 때문입니다. 저절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균형과 조화, 질서의 순환과 지속을 위해 천지의 도는 항상 미리 대비합니다. 천지의 도에 가장 근접한 인간의 행위가 농사입니다.
뇌지예괘는 사효만 양이고 나머지는 음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사효가 주효가 됩니다. 3괘 수뢰둔괘 괘사에서 '이건후'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진괘가 장남이기에 후侯의 상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진괘 아래에 곤괘가 있고 곤괘는 무리(衆)를 의미하니 군대, 군사의 상이 나옵니다. 따라서 능력 있는 제후를 세워 군대를 통솔하게 한다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백성(民) 대신 사師라는 글자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직전 15괘 지산겸괘의 상육 효사에 있는 행사行師라는 표현을 살려가기 위한 주역의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지산겸괘의 구삼이 올라가고 육사가 내려오면 뇌지예괘가 되지요. 지산겸괘 상육의 설득과 배려를 받들어 감괘의 어두운 세력을 해체한 지산겸괘 구삼은 본래의 군자로서의 성정과 자질, 능력을 되살려 리더를 보좌하는 참모로 발탁됩니다. 구삼을 어둡게 만들었던 육사는 좌천되어 내괘 곤괘에 속하게 되었으니 평범한 백성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직접 중심에 있어 봤기에 뇌지예괘의 구사는 조직 내부에 불순한 세력이 자라게 해서는 조직 전체의 안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