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 경영도, 공부도, 믿음을 갖고 정성을 다하라.
성난 폭풍처럼 저돌적으로 밀어붙일 때가 있는가 하면 잦아드는 미풍처럼 고요히 멈춰야 할 때가 있는 법입니다. 쇠퇴기에는 물질에 대한 욕망을 잠시 내려놓고 정신을 채우는 공부와 수양에 힘써야 합니다. 산에 올라 아래를 굽어보면 지형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법이요, 정신이 살찔수록 나아갈 길은 또렷하게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觀 盥而不薦 有孚顒若
관 관이불천 유부옹약
-손을 씻고 나서 아직 제사를 올리기 전처럼 믿음을 갖고 엄숙하기가 이와 같아야 할 것이다.
<서괘전>에 '臨者大也 物大然後可觀 故受之以觀 림자대야 물대연후가관 고수지이관'이라고 했습니다. '림이라는 것은 큰 것인데 물이 크게 된 이후에 볼 수 있기에 관괘로 받았다'는 뜻입니다.
풍지관괘는 땅 위에 바람이 부는 상입니다. 땅 위의 만물은 저마다의 생명력으로 살아갑니다. 그 생명력을 알아채기엔 인간의 눈은 너무도 어둡지요. 바람이 불어 만물의 몸을 흔들고 어루만질 때 인간의 눈은 세상이 수많은 생명들로 꽉 들어차 있는 곳임을 비로소 알게 됩니다. 관觀은 그래서 단순히 '눈으로 보다'의 차원을 넘어서는 경지입니다. 눈으로 보는 것이 소관小觀이라면 여기에서의 관觀은 마음으로 보는 대관大觀입니다. 물物과 현상, 그리고 세상 전체를 통찰하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풍지관괘는 학문, 특히 물질이 아닌 정신세계에 대한 공부를 통해 수양하고, 내면의 힘을 길러 통찰력을 기르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점을 쳐서 풍지관괘를 얻는다면 종교, 명리, 철학, 교육 등의 분야 종사자에겐 길하지만 도소매, 서비스 등의 장사와 사업을 통해 물질적 이익을 꾀하는 사람들에겐 길하기 어렵습니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