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주역 <30.중화리괘重火離卦>-괘사

순하고 공명정대하게 사람을 대하고 일을 처리하라.

by 오종호


짙은 어둠으로 가득한 고난의 동굴에서 우리는 반드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출구를 찾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과 출구를 찾으려는 용기 있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마침내 동굴을 탈출해 밝은 하늘 아래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캄캄했던 시절의 간절함이 희미해지기 마련입니다. 망각은 현재를 살아가야 할 인간에게는 축복이지요. 하지만 기억과 함께 교훈마저 잊으면 다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됩니다. 물질과 명예가 아니라 정신적 풍요로움을 추구할 때 우리의 삶에는 늘 평화가 함께할 것입니다.



離 利貞 亨 畜牝牛 吉

리 이정 형 축빈우 길


-바르게 하면 이롭고 형통할 것이다. 암소를 기르면 길할 것이다.



<서괘전>에 '陷必有所麗 故受之以離 離者麗也 함필유소려 고수지이리 리자려야'라고 했습니다. '빠지면(중수감) 반드시 걸리는 것이 있기에 리(중화리)로 받았다. 리괘는 걸리는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험한 상황에 처한다고 해서 영원히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하락의 흐름이 멈추는 지점을 만나게 됩니다. 주역의 '궁즉변窮則変'의 이치입니다.


<잡괘전>에 '離上而坎下也리상이감하야'라고 했습니다. '리는 올라가고, 감은 내려온다'는 뜻입니다. 불과 물은 각각 오르고 내리는 성질을 갖고 있지요.


중화리괘는 리괘가 중첩되어 있습니다. <설괘전>에 '離爲乾卦리위건괘, 리괘는 건괘가 된다'고 했는데 이는 리괘가 근본적으로 건괘에서 왔다는 것을 말합니다. 리괘는 태양과 태양의 밝음을 상징하지요. 해는 하늘에 걸려 있는 것입니다. 리괘는 또한 불입니다. 불은 하늘로 오르는 성질을 갖습니다. 해와 불에서 밝음, 바름, 공명정대함, 열정, 역동성 등의 속성이 나오게 됩니다.


내괘와 외괘가 모두 리괘로서 위로 오르려고만 하니 둘이 사이를 좁혀 서로 만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글자 의미 그대로 리괘는 이별離別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원래 이離라는 글자는 그물 위쪽으로 한 마리의 새가 그려져 있는 갑골문의 형상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새가 그물 밖으로 날아가는 것이니 헤어지는 것입니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으니, 두 사람이 서로 잘났다고 생각하고 각자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상대의 필요성이 줄어들어 결국 각자의 길을 가게 되기 마련입니다.


또한 리괘는 건괘의 중간에 곤괘의 이효가 들어간 모양으로 보아 리괘는 건괘이자 동시에 곤괘가 됩니다. 하늘의 밝음은 땅으로 이어지는 법이요, 하늘은 수水와 화火의 기운을 땅에 내려 목木과 금金의 만물을 기릅니다.


괘사에 등장하는 빈우牝牛는 바로 곤괘의 상에서 나옵니다. 말이 하늘이라면 소는 땅입니다. 빈마牝馬가 하늘의 이치라면, 빈우는 땅의 도리입니다. 빈牝과 빈마, 빈우의 의미에 대해서는 앞에서 자주 설명한 바가 있습니다. 단, 상경의 마지막 괘인 중화리괘에서 말하는 축빈우畜牝牛 곧 '땅의 도리를 기르다'는 말은 후천을 예비하는 뜻으로도 읽어야 합니다. 즉, 형이상形而上의 관념에서 내려와 형이하形而下의 실체적 세계로의 진입입니다. 현실세계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할 땅의 실천적 진리를 밝고 바르며 공명정대하게 기르고 쌓고 모아야 할 시기라는 뜻의 은유인 것입니다.


따라서 곤괘의 속성으로 순하고 두텁게, 리괘의 속성으로 바르고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리하고 사람을 대해야 하는 때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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