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주역 <36.지화명이괘地火明夷卦>-단전과 대상전

by 오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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彖曰 明入地中 明夷 內文明而外柔順 以蒙大難 文王以之 利艱貞 晦其明也 內難而能正其志 箕子以之

단왈 명입지중 명이 내문명이외유순 이몽대란 문왕이지 이간정 회기명야 내란이능정기지 기자이지


-<단전>에 말했다. 밝은 것이 땅 속에 들어가는 것이 명이다. 안으로는 문명하지만 밖으로는 유순하게 하여 큰 어려움을 무릅쓰는 것인데 문왕이 그렇게 했다. 어려울수록 바르게 해야 이롭다는 것은 밝음을 감추는 것이다. 안으로는 어렵지만 뜻을 바르게 하는 것인데 기자가 그렇게 했다.



'명입지중'은 지화명이괘의 괘상이지요. '내문명'은 내괘 리괘, '외유순'은 외괘 곤괘의 상입니다.


11괘 지천태괘의 육오 효사(六五 帝乙歸妹 以祉 元吉 육오 제을귀매 이지 원길)와 54괘 뇌택귀매괘 육오 효사(六五 帝乙歸妹 其君之袂 不如其娣之袂良 月幾望 吉 제을귀매 기군지몌 불여기제지몌양 월기망 길)에 등장하는 인물 제을은 중국 은殷나라의 왕입니다. 제을과 후궁 사이에서 태어난 제신帝辛이 왕위를 물려받았는데 그가 바로 은나라 마지막 왕인 주紂입니다.


주왕 하면 달기妲己라는 요녀가 떠오르지요. 음탕하고 포악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하는 여자입니다. 위키백과의 한 대목을 보겠습니다. '... 술을 채운 연못에 고기를 걸어둔 숲(주지육림)을 만들어서 나체의 남녀를 서로 뒤쫓게 하는 등 날마다 음탕한 밤을 보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에게는 기름을 칠한 구리 기둥 아래 불을 피운 뒤, 그 위를 걷게 하는 포락이라는 형을 구경하면서 웃고 즐기거나 돈분이라는 형을 만들어 구덩이에 독사와 전갈을 집어넣고 괴로워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무시무시하지요. 주왕은 이런 달기를 총애하며 무자비한 폭정을 일삼았으니 나라가 망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제을이 누이들을 시집 보낸 인물은 희창姬昌으로, 제을 본인이 서백西伯(서북 지방의 제후)으로 임명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선정을 펼친 희창에게 민심이 모이니 주왕은 그를 경계하여 유리羑里(지금의 하남성 탕음시 근방)에 있는 감옥에 가둡니다. 희창의 차남 희발姬發이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주周나라를 세우니 그가 곧 주나라 시조 무왕武王입니다. 아들이 왕이 되었으니 희창은 당연히 상왕으로 추대되었겠지요. 그가 바로 주역 64괘의 괘사를 지은 문왕文王입니다. 무왕을 도와 주나라를 세우는데 기여한 일등공신이 훗날 제齊나라의 시조가 되는 강태공姜太公이지요.


이것이 '내문명이외유순 이몽대란 문왕이지'의 내용입니다. 지화명이괘의 각 효는 이 시대의 인물들과 연결되어 있는데 문왕은 육이에 해당합니다. 내호괘 감괘의 어두운 감옥에 갇혔어도 공명정대한 마음으로 주역을 지은 것이지요. 하늘의 뜻을 알았기에 핍박과 고통 속에서도 서두르지 않고 유순하게 자신의 시간을 채우면서 후대가 열어 갈 새 세상을 기획하는 자기 임무에 충실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기자箕子는 은나라 주왕의 친척(당숙)이었습니다. 주왕에게 간언하다가 투옥되기도 하였는데 감옥에서 나온 뒤로는 일부러 미친 척하여 노비가 됨으로써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밝음을 감춘 것(회기명晦其明)이지요. 훗날 주나라 무왕이 신하로 등용하고자 하나 수락하지 않습니다. 대신 무왕이 천도天道를 묻자 '홍범구주'를 말해 주었다고 하지요. 기자는 기자조선으로 시끄러운 인물이기도 한데, 고조선을 멸망시킨 한漢나라 이전의 문헌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얘기이고 유적이 부재하기에 오늘날 기자조선은 허위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중국을 섬긴 사대주의자들이나 동북공정에 여념 없는 중국 사학자들에게나 인정되는 설에 불과합니다.


어려운 시기에는 자신의 능력을 숨겨 드러내지 않아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인데 그렇게 한 자가 당대의 기자라는 것이지요. 괘에서는 육오가 기자를 의미합니다.




象曰 明入地中 明夷 君子以 莅衆 用晦而明

상왈 명입지중 명이 군자이 이중 용회이명


-<대상전>에 말했다. 밝은 것이 땅 속에 들어가는 것이 명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백성들에게 다다를 때는 밝음을 감춘다.



'용회이명'은 '용 회이명 用 晦而明'으로 읽어야 합니다. 밝음을 감추는 것(회이명)을 쓰는 것이지요. "나는 이렇게 잘난 사람이오"라고 스스로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둠이 그치고 서서히 날이 밝아지듯 백성들과 함께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명덕明德이 드러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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