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궁한 때다. 말을 아끼고 묵묵히 실력을 기르며 때를 기다리라.
일부러 곤궁한 상황에 처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살이이지요. 관계자의 배신이나 천재지변 등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로 인해 순식간에 일이 꼬여 한꺼번에 재물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억울한 면이 있겠지만 하소연해 봐야 소용없습니다. 상황을 인정하고 멈춰 마음을 추스리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혼란스러운 심리 하에서 무리한 수단을 동원한다면 사태만 악화시킬 뿐이지요. 피할 수 없는 모든 시련은 자기 가치를 높이는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困 亨貞 大人 吉 无咎 有言不信
곤 형정 대인 길 무구 유언불신
-형통하려면 바르게 해야 하니 대인이라면 길하고 허물이 없을 것이다. 말이 많으면 신뢰 받지 못할 것이다.
<서괘전>에 '升而不已必困 故受之以困 승이불이필곤 고수지이곤'이라고 했습니다. '오르기를(지풍승)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곤하게 되기에 곤(택수곤)으로 받았다'는 뜻입니다.
3괘 수뢰둔괘, 29괘 중수감괘, 39괘 수산건괘와 함께 주역 4대 난괘難卦 중의 하나로 불리는 택수곤괘입니다. 곤困은 나무가 다발로 묶여 옴쭉달싹 못하는 상이자 좁은 화분 등과 같은 틀에 갇혀 괴로운 상황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곤경困境, 곤란困難, 곤혹困惑, 곤고困苦, 곤궁困窮, 곤욕困辱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들에서 그 고단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못에 물이 가득 차 바람에 수면이 찰랑거리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지요. 물론 물이 너무 많아 넘치는 지경에 이르면 못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물의 범람으로 인한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래서 60괘 수택절괘는 절제를 상징하게 됩니다. 택수곤괘는 수택절괘의 내외괘가 서로 바뀐 상이지요. 그래서 못에 물이 전혀 없는 형국입니다. 물이 못의 바닥 아래에 있으니 가뭄이 들어 못의 물은 모두 마르고 지하수만 있는 상황입니다. 내호괘 리괘의 햇빛이 연못의 바닥까지 비추고 있는 상이니 가뭄의 의미가 나옵니다.
비는 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논과 밭은 타들어 가는데 마을의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양수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지하수를 퍼 올려서 논밭에 물을 대는 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가축이 마실 식수도 부족하고 농작물도 시시각각 말라 가니 농촌의 풍경이 고단하기 그지 없습니다. 택수곤괘가 그리고 있는 시대와 삶의 모습이 그와 같습니다.
괘사에서는 형통하려면 바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곤핍한 시기일수록 어려운 처지에서 벗어나려면 바르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인이라면 길하고 허물이 없는 까닭은 대인은 힘들고 괴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서 정도正道를 외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려움을 대하는 자세가 사기꾼 같은 소인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지요...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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