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달리기 시작한 작은 말Final

by 오종호

숏이 세계경마대회 10회 연속 그랑프리를 차지하던 날 목장 주인의 대형 TV가 부서졌다는 소식을 목장 주위를 배회하던 참새 열 마리가 들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여하튼 그 소식을 확인하러 목장에 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다만, 한때는 술과 고기 냄새가 가시지 않은 두툼한 봉투를 건네 받았던 의리의 잡지사 기자가 마지막으로 목장 주인에게 보내 온 잡지가 바람에 날아가 펼쳐진 부분의 기사에 따르면 숏 가족은 평상시에는 자신들만을 위한 드넓은 초원에서 함께 지내는 것은 물론 대회 출정 시에도 늘 함께 한다는 것이었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식구가 셋에서 넷으로 늘어났는데 숏의 여자친구임이 분명해 보였고, 지난 달에 임신을 한 것 같다는 예리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목장 주인이 목장을 떠나 당나귀들을 찾으러 다닌다는 풍문이 떠돌기도 했지만 그것은 목장 주인의 삶일 뿐이라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그럴 듯하게 사람들을 설득함으로써 아무도 더 이상은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 말 상인으로 추측할 수는 있는 누군가가 불의로 사고로 거시기 구역을 수술 받게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보험이 적용되는 분야가 아니어서 수술비가 천만 원에 이른다는 애절한 사연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전해졌다. 더 이상 쓸만한 기사거리를 찾지 못한 잡지사 기자는 평소에 눈 여겨 보았던 여성 잡지의 다독을 통한 혜안이 생긴 덕에 여성 속옷 분야의 다크호스 디자이너로 떠올라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막 론칭하여 대박을 내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그 브랜드가 다름 아닌 짧지만 임팩트 있는 His Touch라서 여성 속옷에 이런 류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에 대해서 토론이 개최될 예정이었는데, 아무래도 숏의 인기 열풍이 사회에 끼친 영향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평론가들의 하나마나 한 얘기가 지루하게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지난 십 년간 경마 분야의 취재를 전담한, 이제는 미녀라는 글자가 제거된 채 리포터라고만 불리는 한 여성의 일리 있는 분석이었다.



-당신에게 잠재된 능력을 사람들이 알아줄 확률은 낮습니다. 사람들의 입술 대신에 당신의 가슴을 믿으세요. 사람들의 머리가 아니라 당신의 다리가 당신 안의 가능성을 꽃피울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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