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주역 <50.화풍정괘火風鼎卦>-구이

과거사, 주변의 일과 사람에 얽매이지 말라. 발전을 위한 길로 나아가라.

by 오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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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二 鼎有實 我仇有疾 不我能卽 吉

象曰 鼎有實 愼所之也 我仇有疾 終无尤也

구이 정유실 아구유질 불아능즉 길

상왈 정유실 신소지야 아구유질 종무구야


-솥에 내용물이 있는데 내 짝에게 병이 있으니 내가 다가가지 않을 수 있다면 길할 것이다.

-솥에 내용물이 있으면 가는 바를 신중히 해야 하고, 내 짝에게 병이 있을지라도 결국 허물이 없게 된다.



괘사에서 구이부터 구사까지는 솥 안의 음식물을 상징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에서는 음식물이라기 보다는 내용물의 의미입니다. 아직 삶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구이는 내괘에서 득중한 자리로 내용물이 넉넉하게(實) 담겨 있는 상입니다. 육오와 정응하니 외괘 리괘로 나아가 불을 얻어야 내용물이 익어 맛있는 음식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런데 구이와 상비하고 있는 초육이 구이의 상행上行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구仇'는 초육을 가리키며, '질疾'은 질병 그 자체의 의미보다 흠이나 결점, 하자와 같은 뜻으로 보면 됩니다. 구이와 가까운 초육에 사사로이 이끌리면 발이 엎어져 내용물이 쏟아져 버리고 마니 좋지 않습니다. 구이 내용물은 솥을 뒤집어 제거하던 오래된 음식 찌꺼기가 아니지요. 깨끗하게 씻고 난 다음의 솥 안에 안친 새로운 음식 재료들입니다.


그러니 구이는 초육이 매달린다고 해서 망설이면 안 됩니다. 육오를 선택하면 됩니다. '즉卽'은 '다가가다'는 뜻의 동사로 쓰였습니다. 능能이 있으니 '불아능즉'은 '내가 능히 다가가지 않을 수 있다면'과 같이 풀이되어, 구이의 주체적 의지와 역량을 중요시한 표현입니다. 굳이 '능히'라는 부사를 해석에 포함하지 않아도 뜻이 통하지요. 핵심은 구이가 득중하여 중도를 갖춘 존재이니 얼마든지 초육이 상징하는 다른 여자의 유혹이나 아랫 사람의 잘못, 과거에 저지른 자신의 실수 등에 발목 잡히지 않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괘 손괘 장작은 반드시 외괘 리괘 불을 만나야 활활 타오르게 됩니다. 구이의 입장에서 어디로 가야 할 지는 명확한 것이지요...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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