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주역 <51.중뢰진괘重雷震卦>-괘사

크게 나아가라. 소리만 요란하고 실속 없게 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by 오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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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시끌벅적 요란한데 실상 알맹이는 보잘것없는 일이 많습니다. 외부의 시선에 민감할수록 겉치레에 신경쓰다가 정작 실속을 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지요. 자기 수양을 한다는 것은 밖이 아니라 안을 자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들뜨고 들썩거리게 만드는 세상사에 휩쓸려 다니지 않고 사태의 본질을 꿰뚫어 보며 자기의 길을 뚜벅뚜벅 걸을 수 있게 하는 힘은 남 몰래 키워 둔 단단한 실력과 정화된 영혼에서 나옵니다.



震 亨 震來虩虩 笑言啞啞 震驚百里 不喪匕鬯

진 형 진래혁혁 소언액액 진경백리 불상비창


-형통하다. 우레가 치니 놀라다가 웃음소리를 깔깔 내지만, 우레가 백 리를 놀라게 해도 수저와 술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서괘전>에 '主器者莫若長子 故受之以震 주기자막약장자 고수지이진'이라고 했습니다. '기구를(화풍정) 주관하는 자는 장남만한 이가 없기에 진(중뢰진)으로 받았다'는 뜻입니다. 기器란 그릇, 기구의 의미이지요. 여기에서는 이전 괘인 50괘 화풍정괘의 솥을 가리킵니다. 화풍정괘에서 공부한 솥의 상징성을 떠올린다면 이 구절이 의미하는 바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장자는 대를 잇고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를 책임져야 하는 존재니, 그 핵심 수단이 되는 솥에 대한 관할권은 그에게 귀속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화풍정괘 다음에 중뢰진괘가 오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공자가 굳이 장남을 끌어들인 이유는 당연히 진괘가 장남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중뢰진괘는 진괘가 중첩되어 있는 상입니다. 진괘는 나아가는 것(進)이고 요란한 소리를 동반하는 우레인데 이것이 거듭되어 있으니 경천동지驚天動地의 상입니다. 힘차게 일을 진행시키는 모습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우레는 소리는 있되 실체가 없기에 경거망동輕擧妄動의 상이기도 합니다. 호괘가 39괘 수산건괘이니 실속 없이 어지럽게 움직이기만 하다가는 어려움에 봉착하여 고생깨나 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중뢰진괘는 형통하다고 괘사에서 말합니다. 목적을 이루려면 일단 시작해야 하지요. 만물을 생동하게 하는 봄비도 잠든 만물을 깨우는 우레로부터 시작됩니다.


'진래'는 우레가 오는 것이니 곧 우레가 치는 것이요, 혁虩은 '놀라 두려워하는 모양'이니 '혁혁'은 우레로 인해 매우 놀라고 무서워하는 것입니다.


'소언'은 '웃으면서 하는 말'인데 그 말이 '액액'이니 웃음소리로 해석하는 것이 적당합니다. '액啞'은 별 뜻 없이 웃으면서 내는 소리를 말합니다.


따라서 '진래혁혁 소언액액'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우레 소리에 기겁하며 무섭다고 호들갑 떨다가 이내 자기 꼴이 우스워 웃음을 터뜨리는 모양입니다. 이것은...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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