彖曰 艮止也 時止則止 時行則行 動靜不失其時 其道光明 艮其止 止其所也 上下敵應 不相與也 是以不獲其身行其庭不見其人无咎也
단왈 간지야 시지즉지 시행즉행 동정불실기시 기도광명 간기지 지기소야 상하적응 불상여야 시이불획기신행기정불견기인무구야
-<단전>에 말했다. 간괘는 그치는 것이다. 때가 그치라고 하면 그치고 때가 행하라고 하면 행하여 움직임과 고요함에 때를 잃지 않으니 그 도가 밝고 환하다. 간괘는 그치는 것으로 그쳐야 할 곳에 그쳐 상하가 응하지 않으니 서로 더불지 못한다. 이에 '자기 자신을 붙잡지 않고 뜰을 걸어도 사람을 보지 못하니 허물이 없을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시지즉지 시행즉행'은 중산간괘의 그침과 멈춤이란 때에 적극적으로 순응하여 진퇴를 결정하는 개념임을 보여 줍니다. 곧 지혜로운 전진을 위한 현명한 정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잠정적인 멈춤의 뉘앙스로 중산간괘를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에 가로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와 같이 평면적인 느낌에 머무르지 말아야 하지요.
이렇게 진퇴의 타이밍을 알면 움직여야 할 때와 움직이지 말아야 할 때를 어기지 않게 됩니다. 때에 자연스레 순응함으로써 움직여야 할 때 멈추고 멈춰야 할 때 움직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동정불실기시'입니다.
다른 대목은 풀이에 어려움이 없으니 '상하적응'의 의미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초효와 4효, 2효와 5효, 3효와 상효가 음양 관계를 이룰 때 이를 정응正應이라고 불렀지요. '적응'은 정응의 반대 개념인 셈입니다. 1괘 중천건괘, 2괘 중지곤괘, 29괘 중수감괘, 30괘 중화리괘, 51괘 중뢰진괘, 52괘 중산간괘, 57괘 중풍손괘, 58괘 중택태괘는 동일한 소성괘로 내외괘가 구성된 중괘重卦로 내외괘의 효들이 적응 관계에 있어 팔충괘八沖卦로 불립니다.
정응이 언제나 좋은 것 같아도 그렇지 않습니다. 멈춰야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면서도 하던 일이나 사람과의 관계를 멈추지 못하고 끌려가듯 계속 이어가는 이유는 미련과 집착 때문입니다. 이 미련과 집착에도 음양의 법칙이 작동합니다. 작용과 반작용이 어떤 식으로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전진을 위해 멈추려면, 새로운 시작을 위해 과거와 결별하려면, 혼자의 상태로 남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자기 의지 외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짐으로써 미련을 내려놓고 집착을 끊어낼 수 있습니다. 그때 비로소 진정한 거듭남을 위한 본격적인 자기 수련이 가능해집니다.
象曰 兼山 艮 君子以 思不出其位
상왈 겸산 간 군자이 사불출기위
-<대상전>에 말했다. 산이 겹쳐 있는 것이 간괘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생각이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산은 늘 그 자리에 무겁게 위치해 있습니다. 옥포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은 부하들에게 '물령망동 정중여산 勿令妄動 靜重如山' 하라고 지시합니다. 직역하면 '경거망동하지 말고 산처럼 무겁게 자리를 지키라'는 뜻입니다. 유장하게 자리를 지켜 온 무거운 산처럼 군자의 생각은 생각이 있어야 할 자리 곧 정도에서 가벼이 이탈하는 법이 없다고 공자는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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