彖曰 旅小亨 柔得中乎外而順乎剛 止而麗乎明 是以小亨旅貞吉也 旅之時義大矣哉
단왈 여소형 유득중호외이순호강 지이려호명 시이소형여정길야 려지시의대의재
-<단전>에 말했다. 려가 조금 형통한 것은 유가 밖에서 중을 얻어 강에 순응하고 그쳐서 밝음에 걸려 있기 때문으로, 이리하여 '조금 형통하다. 나그네가 바르게 한다면 길할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려의 때에 순응함이 크도다!
리괘離卦와 리괘履卦, 림괘臨卦처럼 려괘旅卦도 괘명을 쓸 때는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고 표기하는 것이 공부에 유리합니다.
육오는 외괘에서 득중하였고 구사, 상구와 상비합니다. 이것이 '유득중호외이순호강'의 의미입니다. '순順'은 리더 자리의 육오 나그네가 구사와 상구 두 양에게 순종한다는 것이 아니라 유순하게 조화를 이룬다는 뉘앙스로 읽어야 합니다.
'지止'는 내괘 간괘의 상이요, '려麗'와 '명明'은 외괘 리괘의 상입니다. 경거망동을 삼가하고 바르게 처신하는 것이 나그네의 피흉추길避凶趨吉 법이라는 것입니다. 긴장이 풀어진 여행지에서의 일탈에 대한 경계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를 말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단전>에서 '시의대의재'를 말한 괘는 16괘 뇌지예괘, 17괘 택뢰수괘, 33괘 천산둔괘, 44괘 천풍구괘, 56괘 화산려괘 다섯 개가 있습니다.
象曰 山上有火 旅 君子以 明愼用刑 而不留獄
상왈 산상유화 려 군자이 명신용형 이불유옥
-<대상전>에 말했다. 산 위에 불이 있는 것이 려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형벌을 쓸 때 공명정대하도록 삼가고 옥사를 처결하지 않은 채 미루어 두지 않는다.
22괘 산화비괘의 <대상전>에서는 '무감절옥无敢折獄, 함부로 옥사를 처결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내괘 리괘로 죄를 밝히고 형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외괘 간괘로 무겁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화산려괘에서는 내괘 간괘의 무거운 태도가 지나치지 않도록 외괘 리괘로 전광석화처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식료품 몇 개를 훔친 생존형 범죄자의 경우 정상을 참작하여 신속한 판결을 통해 내보내 줘야 합니다. '불유옥'의 원칙을 따라야 합니다. 무상 법률 서비스 등을 제공하여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짜 국민을 위한 사법기관이 할 일이지요. 그저 잡범으로 분류하여 재판일을 뒤로 미룬 채 유치장에 오래 가둬 두거나 막상 판결 시 벌금형을 선고한다든가 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은 소위 인간을 위한 법의 태도가 아닙니다.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고 인문학적 감수성도 결여된 판사들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나 심지어는 기분에 따라 내리는 희한한 판결들로 인해 지탄 받는 일이 잦습니다. 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도 아니요 인간의 보편적 상식을 잣대로 하는 것도 아니라면, 그런 판사들에게 견제되지 않는 절대적 권한을 보장할 이유는 없습니다.
어느 영역에서나 견제되지 않는 권력이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법을 다루는 검사, 판사들이 권위의식으로 똘똘 뭉친 채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고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누리는 무소불위의 권력 때문입니다. 우리도 국민의 손으로 주요 보직의 판검사를 선출하고 재신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구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