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II. He said...

거너더러 시리즈

by 오종호

거리에 버려진 저녁에, 나는 길 잃은 철학자처럼 걸었다.

너의 덧난 상처들 위로 진물처럼 끈적이던 슬픔의 냄새를 떠올리며.

더듬을수록 사랑 대신 되살아나버린 선명한 너의 아픔들.

러시아 인형처럼 끝도 없이 튕겨 나오던 나의 잘못, 어리석은 잘못들.

머리로 아는 것들을 말과 몸으로 옮기지 못한 채 무엇을 해왔던가 나는.

버텨낼 수 있을까? 너 없는 시간을 온전히 나로 살아갈 수 있을까?

서럽다 말할 사람도 없이 나는 이름 모를 길가에 앉아 그저 침묵했다.

어른의 사랑을 망각한 내가 직면하기로 예정된, 어쩌면 당연한 장면.

저녁이 밤이 되고 밤은 다시 새벽으로 치닫는 동안, 세상의 변두리로 쫒겨나

처박고 자꾸만 고개를 처박고 나는 너를 그리며 걸었다.

커피를 마시며, 끊어지지 않는 담배를 피우며, 네가 없이도 밝아오는 아침을 향해 걸었다.

터지지 말아라 아직은 아니다, 눈물이여. 너는 자격 있는 자만의 것.

퍼레진 입술이, 뻣뻣한 눈꺼풀이 심장 박동을 따라 바르르 떨린다.

허망한 사랑이란 없다, 사랑하는 이여. 다시 네게 가련다, 나는. 농담처럼 화창한 그날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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