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흥미, 또는 지식이 없어서 사회적 문제들의 세부사항을 알고 있지 못한 유권자들의 의견을 물어 여론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 월터 리프먼
며칠 동안 가슴이 묵직하고 호흡이 편치 않아 의원을 불렀다. 진맥 끝에 의원은 말했다.
잠은 편히 주무십니까?
꿈을 자주 꾸네.
화병입니다, 장군. 마음을 편히 하시고 주무시는 시간을 늘리셔야 합니다.
그리 함세.
남녘에 겨울은 더디 왔지만, 바다에 겨울은 먼저 도착해 있었다. 물을 만난 바람은 물에서 한기를 빨아들였고 북쪽 바람이 당도하기 전에 땅으로 겨울을 쏟아부었다. 바다에서, 겨울은 이르게 와서 느리게 떠났다.
며칠 후면 자월입니다, 장군.
나대용이 새롭게 건조한 거북선은 크고 단단했다. 대용에게 나는 오직 돌격만으로 적의 전함 일백 척을 부술 수 있는 거북선을 만들라 지시했고 대용은 해냈다. 김노인이 굵은 소나무 군락이 있는 무인도를 알고 있었다. 김노인의 삶은 바다에 있었고 그의 삶은 바다가 되어 있었다.
고생 많았네.
아닙니다, 장군... 장군?
말하게.
적이 다시 전란을 일으키겠습니까? 장군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텐데요.
적은 이미 조선의 땅에 있네.
예?
시린 바람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며 대용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의 눈도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대용아, 전란이 너무 길었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장군. 외람되지만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조선의 정신을 놓은 자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왜와 붙어먹는 재미를 놓지 못하는 자들, 그들은 어디에나 있단 말입니다.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끝없는 탐욕을 부리는 자들, 그 중에서도 간관들의 폐해가 참으로 큽니다. 사헌부와 결탁해 부정하고 부패한 자들을 옹호하며 개혁적인 인사들의 씨를 말리는 것도 모자라 백성들을 세뇌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놈들, 이 거북선으로 싹 다 쓸어버리면 속이 시원하겠습니다, 장군.
대용아.
예, 장군.
육지의 적을 배로 벨 수는 없다.
장군.
임금도 아니고 세자도 아니다. 그것은 오직 백성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오나, 장군, 우리가 이 바다를 어떻게 지켰는데 땅이 저 모양이란 말입니까?
원통하냐?
예. 실로 원통하옵니다.
원통해 마라. 네가 만든 이 거북선으로 바다를 지키는 한 세자는 시간을 벌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백성들의 마음도 세자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 네가 한 일이 얼마나 큰 일이냐?
장군...
파도를 따라 수면 가까이 올라온 물고기들을 향해 갈매기들이 떼지어 내려앉았다가 솟구치기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먹이를 찾아 자주 대마도에서 건너오는 새들이었다. 땅의 사연을 새에게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만, 새떼를 볼 때마다 적의 길을 나의 길로 삼아 대마도를 집어삼키고 싶은 충동이 해일처럼 일어났다.
문득 형판을 지냈던 조대감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의 마음도 대용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