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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Dec 08. 2021

일상의 논어 <학이學而5>-도천승지국道千乘之國


子曰 道千乘之國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以時

자왈 도천승지국 경사이신 절용이애인 사민이시


-공자가 말했다. 천 수레의 나라를 다스릴 때는 일을 신중하게 처리하여 백성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며, 씀씀이를 절약하고 백성들을 사랑해야 하며, 백성들을 동원할 때는 때를 가려서 해야 한다. 



'천승지국'은 제후국의 의미입니다. 전쟁 시 천 대의 수레를 보낼 규모를 갖춘 나라라는 것이지요. 수레란 수레에 실을 병장기와 군량, 수레를 끌 말, 수레를 부릴 군사와 전투병을 아우르는 개념이기에 천승은 거대한 규모에 해당합니다. 제후는 천승, 황제는 만승이라고 하여 황제를 만승천자萬乘天子라고 불렀습니다.


오늘날에는 나라를 이끄는 정치적 리더의 자세라는 관점에서 살펴봐야 하겠지요.


'경사敬事'는 나랏일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말해 줍니다. 막중한 역사적, 시대적 책임을 다하려는 리더라면 국민이 부여한 일할 자격을 허튼 곳에 쓰지 않겠지요. 국민의 행복과 나라의 번영을 위해 진실로 정성을 다해 업무에 임할 것입니다. 이런 리더의 진심은 국민의 마음에 닿기 마련입니다. 썩어 빠진 언론이 제 아무리 국민의 눈과 귀를 어지럽혀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믿음(信)'의 힘이란 결국 위장된 것을 뚫어 보는 법입니다.


<<논어>>에서는 인人과 민民이 구분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이 대목에서는 국민으로 통일해서 인식할 때 시대적 보정이 이루어집니다.


'절용節用'은 나라의 예산을 절제하여 집행하는 것입니다. 공익적 차원과 무관한 사사로운 영역에는 세금을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합니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나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시켜야 하지요. 리더의 국정철학이 자신과 자신의 '패밀리'의 범죄 행위를 덮고 사익을 극대화하는데 있다면 국민이 모아 준 나랏돈이 쓰일 데 쓰이지 못하고 엉뚱한 곳으로 줄줄 샐 테니 나라의 운명이 위기에 처할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사민使民' 현대적으로 보면 병역  납세, 교육과 근로의 4대 의무와 관련이 깊습니다. 정부에 의해 국민에게 강제되는 성격의 일이요, 어기면 법적 불이익을 받게 되지요. 그럼에도 시기와 절차가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불합리성이 최소화되고 있습니다. 사민과 유사한 성격의 단어를 우리 역사에서 찾으면 목민牧民이 적당할 것입니다. 둘다 현재의 관점에서는 어울리지 않지요. 현대 민주 정치의 차원에서는 보민保民과 안민安民이 어울립니다.  


공자의 말은 군역과 부역에 백성들을 강제 동원하는 고대국가 시절에도 농번기를 피하는 등 민생을 충분히 살피는 정치가 이루어져야 함을 얘기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언제든 퇴행할 수 있는 불완전한 성격의 것이기에 반민주적 정부에 의한 '사민'이 언제든 부활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절대적 각성 없이는 언제라도 국민 스스로 역사적 반동 세력에게 권력을 쥐어 주는 해프닝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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