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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Dec 10. 2021

일상의 논어 <학이學而6>-학문學文


子曰 弟子 入則孝 出則悌 謹而信 汎愛衆 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

자왈 제자 입즉효 출즉제 근이신 범애중 이친인 행유여력 즉이학문


-공자가 말했다. "젊은이들이여. 집에 들어가서는 효도하고 밖에 나가서는 공경하라. 언행을 삼가고 신의를 지키라.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이들을 가까이하라. 이렇게 행하고 여력이 있으면 학문하라." 



<<논어>>에서 학과 문이 함께 짝을 이루어 '학문學文'이라고 쓰인 곳은 이 대목이 유일합니다. 


이 구절은 학문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 것이 아니라 학문의 전제 조건과 목적을 강조하는 것으로 읽어야 합니다. <<논어>>를 한 글자로 압축하면 공자의 핵심 사상인 인仁이지요. 어질지 않은 자는 평소에 어진 행동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진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지도 않겠지요. 일상에서 인仁을 실천하지 않는 자에게 학문이 다 무슨 소용이냐는 것입니다.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세상의 현재를 짊어지고 미래를 개척해 가야 할 젊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선결 과제를 우리는 공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인류의 번영은 언제나 이전 시대의 지식에 기대어 왔으니까요. 하지만 공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에게 공부란 '일상생활에서 늘 행인行仁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소양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인仁의 실천을 생활화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행유여력 즉이학문 行有餘力 則以學文'의 의미입니다. 인仁한 젊은이들이 인仁한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소신인 것이지요. 좋은 세상이란 인仁한 세상이요, 인仁한 세상의 실현은 지식의 양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죽어라고 공부해서 지식인이 된다고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박사입네 교수입네 하면서 사람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헛소리나 떠들어대고 이익이나 탐하는 자들을 생각해 보면 쉽게 동의할 수 있지요. 공자의 눈에 인仁과 거리가 먼 이런 작자들이 많이 보였을 것입니다. 


어질지 않은 고학력자들이야말로 세상을 타락시킵니다. 영악하기 때문이지요. 법과 제도를 교묘히 활용하여 자신들의 기득권을 강화하고 부와 권력을 획득합니다. 공자에게는 불인不仁한 젊은이들이 많이 배우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 없어 보였을 것입니다. 그만큼 마음속 절망의 크기가 자랐겠지요.


이 대목에서 우리는 우리의 공교육이 지향하고 있는 젊은이의 상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토록 많은 지식을 축적한 인류는 과연 어떤 세상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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