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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Dec 07. 2021

일상의 논어 <학이學而4>-삼성三省


曾子曰 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증자왈 오일삼성오신 위인모이불충호 여붕우교이불신호 전불습호


-증자가 말했다. 나는 날마다 세 가지 점에 대해 나 자신을 반성한다. 남을 위하여 일을 도모하면서 진심을 다하지 못한 점은 없는가? 벗과 사귀면서 신의를 지키지 못한 점은 없는가? 배운 것을 실천하지 못한 점은 없는가?



증자는 공자보다 마흔 여섯 살 어린 제자였다고 합니다. 공자의 손자로 <<중용>>을 지은 자사子思가 그에게서 배웠다고 하지요.


성찰의 내용은 사람마다 다를 지라도 매일 하루를 마감하며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사람이 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증자의 반성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것과 자기 자신에 대한 것으로 크게 구분되지요. 증자의 생각을 읽어 보겠습니다.


어떤 것이든 우리가 하는 일에는 공익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타인에게 해가 되는 방식으로 나의 이익만을 도모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원칙을 지키는 것, 이것을 증자의 충忠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붕우는 친구라는 소극적 개념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타인 전반으로 확장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일을 통해서 우리는 늘상 타인과의 사귐과 헤어짐을 반복하게 됩니다. 일에서 신의(信)를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지요. 하지만 현실에서 일은 강자의 논리대로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신의를 담은 계약서 내용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강자들은 자신들의 힘에 약속을 어길 권리도 포함되어 있다고 믿는 듯 행동하지요. 그들에게는 '일삼성日三省'이 없으니 악해지기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의 작동 방식이 이럴수록 우리는 더욱 열심히 배우고 배운 바를 더 깊이 익히고 곱씹으며 실천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을의 입장에 위치한 타인들을 대상으로 강자의 논리에 당한 울화를 터뜨리는 한심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전傳은 전수傳受의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스승이나 책으로부터 전해 받은 것이지요. 습習은 배운 것을 반복적으로 익혀 체화시키는 과정이자 노력이면서 동시에 여기에서는 실천의 뉘앙스가 훨씬 강합니다. 매일 반성하는 것은 반성할 일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지요. 결국 배우고 익혀 알고 있는 것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데서 반성할 점은 생겨납니다. 유사한 일에 대해 반성을 반복하는 것은 반성을 통해 각오한 바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성보다 중요한 것은 반성한 바를 실천하는 것이겠지요. 어렵지만 해내야 반성의 존재 이유가 있게 됩니다.


<<주역>> 1 중천건괘 구삼 효사에서는 '종일건건' 얘기합니다(九三 君子 終日乾乾 惕若 厲无咎 구삼 군자 종일건건 석척약 여무구 / 군자는 종일 굳세게 노력하고 저녁에는 삼가니 아무리 위태로운 일이 생긴다 해도 허물이 없을 것이다).


'종일'을 꼭 하루종일의 의미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하루를 '건건'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달, 일년을 그렇게 지낼 수 있겠지요. 종일건건은 곧 하늘의 이치에 따라 사는 것입니다. 하늘의 뜻을 따르면서도 저녁이면 반성하고 성찰하기를 잊지 않는 것입니다. 억지로 반성하고 성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기를 늘 즐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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