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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Dec 14. 2021

일상의 논어 <학이學而9>-신종추원愼終追遠

曾子曰 愼終追遠 民德歸厚矣

증자왈 신종추원 민덕귀후의


-증자가 말했다. "부모의 상사에 슬픔을 다하고 제사에 공경을 다하면 백성들의 덕이 두터워질 것이다." 



신종愼終은 부모상(終)을 당하여 삼가는(愼) 것으로 극진히 장례를 치르는 것입니다. 추원追遠은 멀리 떠난 사람을 추모하는 것이니 곧 부모 사후 정성스레 제사를 지내는 것입니다. 부모에 대한 효는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도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물론 효도란 부모가 구존해 계실 때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자식의 삶이란 마음 만큼 효를 행하기 녹록지 않습니다.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 일하다 보면 물질적으로 부모를 풍요롭게 봉양하기는커녕 자주 인사드리는 것도 쉽지 않지요. 자식으로서의 송구함과 인간으로서의 아쉬움이 늘 교차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부모의 삼년상을 치르던 옛 시절처럼 살 수는 없습니다. 형식이 전부는 아니지요. 자식을 키워 보니 부모와 자식간도 서로의 삶을 인정하면서 재미있는 친구처럼 지내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사랑의 본질은 내리사랑이니 만큼 성인이 될 때까지 그저 사랑하고 후원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로 보입니다. 더 지혜로운 부모가 되는 길은 자식이 운명적으로 타고난 재능과 성격, 진로를 파악하여 조언을 건넬 능력을 갖는 것이지요. 적어도 자신의 욕망을 자식에게 투사하는 못난 부모는 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증자의 말은 이른바 군자가 효를 솔선수범하면 백성들이 본받아 후덕해진다는 뜻입니다. 백성들의 덕(民德)이 두터움(厚)으로 돌아가는(歸) 것이니 곧 후덕해지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들 바보, 딸 바보와 같은 표현을 매우 싫어합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데 특별하기라도 한 양 이 표현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정신이 그리 성숙해 보이지 않습니다. 툭하면 부모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부모와 자식에 대한 온갖 복잡한 감정들을 스스로 정화하고 사랑으로 종합하여 실천하며 사는 것이 성숙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내 부모, 내 자식에 갇히지 말고 재산과 소득이 없어 힘들게 사는 노인들,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받으며 자랄 소박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로 시야를 넓혀 너도나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 그런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마침내 실천할 때, 누구나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으로 살다 가는 사회의 건설을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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