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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Dec 19. 2021

일상의 논어 <학이學而10>-온량공검양溫良恭儉讓


子禽問於子貢曰 夫子至於是邦也 必聞其政 求之與 抑與之與 子貢曰 夫子溫良恭儉讓以得之 夫子之求之也 其諸異乎人之求之與

자금문어자공왈 부자지어시방야 필문기정 구지여 억여지여 자공왈 부자온량공검양이득지 부자지구지야 기제이호인지구지여


-자금이 자공에게 물었다. "스승께서 어느 나라에 이르시든 반드시 그 나라의 정치에 대해 들으시는데 이는 스승께서 구하시는 것입니까, 아니면 그 나라에서 스승께 묻는 것입니까?" 자공이 말했다. "스승께서 따뜻하시고 어지시며 공손하시고 검소하시며 겸손하시어 얻게 되는 것이니, 스승께서 구하시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구하는 것들과는 다르다."    



자공은 언변이 뛰어나고 정치적 식견이 탁월해 훗날 노나라와 위나라의 재상을 지낼 정도였습니다. 이재에도 특출나 많은 돈을 벌었으며 공자의 경제적 후원자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사기>>의 <중니제자열전>에 자공의 활약상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공자 사후 총 6년상을 치렀다고 하니 공자에 대한 자공의 존경심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금 역시 공자의 제자입니다. 자공의 제자였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으나 위 구절의 질문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적어도 자공보다 어리거나 배움의 수준이 낮았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부자夫子는 공부자孔夫子로 공자를 높여 부르는 말입니다. 공자의 영문명(Confucius)이 여기에서 나왔다고 하지요. 


자금은 이른바 공자의 정치 컨설팅이 누구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공자가 요청하는 것인지 방문한 나라의 정치적 리더나 관료들이 원하는 것인지 궁금한 것이지요. 자금은 생각이 단순하거나 스승에 대한 확신이 결여되어 있는 사람처럼 그려지고 있습니다. 


자금의 우문에 자공이 현답을 건넵니다. '온량공검양'이라는 공자의 인품과 태도를 근거로 제시합니다. 몸 밖으로 배어나는 기품이란 결국 방대한 공부와 깊은 깨달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는 인식이지요. 그것을 정치가들도 알고 있으니 공자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문 받기를 청하기에 공자는 해당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자연스레 인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인맥 형성이나 이해 관계에 따른 청탁 등의 사사로운 목적을 갖고 정보를 취합하는 방식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지요. 


자공과 같은 제자를 두고 있다면 가르치는 자로서의 보람이 충분할 듯합니다. 자공의 말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소중한 교훈을 아울러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람의 실력이란 의도적으로 부풀리거나 감추고자 해도 필경 다 알려지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나'의 말과 글을 접하게 되는 계기란 언제 찾아올 지 모르지요. 통찰력은 차치하고라도 한 사람의 학식과 정신적 수준은 그가 사용한 단어 한 개, 문장 하나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법입니다.    

 



세계적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이 나라의 중차대한 운명적 기로에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자의 무식과 무지, 천박한 인식, 위선, 초헌법적 언사, 그리고 그의 배우자의 범죄 이력을 보고 있노라면 자공의 현답이 떠오릅니다. 


명백한 범죄 행위들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검찰의 행태는 자기 존재 이유과 존립 기반을 스스로 부정하고 붕괴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지요. 그런 자들이 정의의 수호자 흉내를 내며 활개치는 참담한 현실이 반드시 바로잡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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