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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an 24. 2022

일상의 논어 <위정爲政13>-선행후종先行後從


子貢問君子 子曰 先行其言而後從之

자공문군자 자왈 선행기언이후종지


-자공이 군자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말에 앞서 다니고 말에 뒤처져 따라라."   



말보다 실천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구절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화하는 것보다는 문장을 문법적으로 뜯어보고 은유적인 맛을 살릴 때 공자의 뜻이 좀더 잘 살아난다고 생각합니다.    


이而를 기준으로 '선행기언'과 '후종지'가 대비되어 있습니다. 지之는 앞의 '기언'을 받는 지시 대명사입니다. 말(言)을 물리적 공간에 실재하는 하나의 사물로 대상화해야 합니다. 의인화하면 더 좋습니다. 그것이 공자가 구사한 방식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선행'은 말 앞에서 다니는 것이고 '후종'은 말 뒤에서 말을 따르는 것이 됩니다. 말이 '나'를 추월하여 '내' 앞으로 나올 것 같으면 재빨리 몸을 움직여 앞장서라는 것이지요. 말을 앞세우지 말고 먼저 실천하라는 뜻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그렇다면 '후종'은 말의 뒤에서 말을 좇는 것이니 행동보다 말을 우선하는 것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해석은 지之를 '기언'이 아닌 '선행'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고 이而 다음에 '기언'이 생략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기언후종선행其言後從先行 / 말이 뒤에서 행동을 따르다'와 같이 해석하여 전체를 '말보다 먼저 행동하고 말이 행동을 따르게 한다'와 같이 풀이하고 있지요. 이 경우 자공에 대한 공자의 대답에서 중요한 점을 놓치게 된다고 봅니다. '말보다는 실천'이라는 뻔한 얘기에 그치게 되고 말지요. 제가 보는 '후종지'는 '선행기언' 한 후에라도 말이란 늘상 하게 되기 마련이므로 자신이 한 말에 잘못은 없었는가, 실수는 없었는가, 허언은 없었는가 반성하고 성찰하라는 의미로 읽는 것이 옳습니다. 이 뉘앙스를 빠뜨리면 공자의 말에서 절반 정도를 생략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인 것이지요. 





* 맥락도 통하지 않는 말을 날마다 지껄여도 환호하고, 본인과 가족의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과거 행적이 숱하게 쏟아져 나와도 아니라고 부인하기만 하면 인정하며, 나라와 국민을 위기에 빠뜨리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는 '선제타격하겠다'와 같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헛소리를 떠들어도 박수쳐 주는 국민들이 있는 한 위의 공자의 말은 설 자리를 잃습니다.    


* 흔히 행동을 미덕으로 보고 생각과 말을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명리적으로 보면 식상이 발달한 사람은 행동주의자의 기질을 갖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뜻하는 인성의 적절한 제어가 없으면 말과 행동이 가볍고 그것의 근거가 박약하기 쉽습니다. 인성이 발달하고 식상이 없는 사람은 생각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바삐 행동으로 옮기기 보다는 진득하게 기다리면서 두뇌를 사용하여 문서나 상황 등을 판단하고 분석하는 일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일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타고난 성향과 재능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강점을 키워 가야 합니다. 아이의 사교성이 떨어지고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아이를 비정상으로 보는 어리석은 부모도 많습니다.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아이를 표준형 인간으로 맞춰야만 직성이 풀리는 부모의 욕망은 아이의 그것과는 무관한 것이지요. 평범하게 자라 취직하여 직장에서 월급 받는 삶이란 과연 정상적이고 표준적인 것인가, 그런 삶은 앞으로도 보장될 수 있는 것인가, 자신들의 삶에 비추어 부모들은 자문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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