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Feb 25. 2022

일상의 논어 <위정爲政20>-경충근敬忠勸


季康子問 使民敬忠以勸 如之何 子曰 臨之以莊則敬 孝慈則忠 擧善而敎不能則勸

계강자문 사민경충이근 여지하 자왈 임지이장즉경 효자즉측 거선이교불능즉근


-계강자가 물었다. "백성들로 하여금 존경하고 충성하며 열심히 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엄정하게 임하면 존경할 것이요, 부모에게 효도하고 백성에게 자애로우면 충성할 것이며, 능력 있는 인재들을 등용하여 부족한 사람들을 교화하도록 하면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계강자는 앞 장에 나왔던 삼환三桓 중 계씨(季) 집안의 아들입니다. 노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집안의 자제답게 리더십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먼저 공자는 리더가 백성들로부터 존경 받고자 한다면 일을 대함에 있어서 엄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임臨은 '임하다, 대하다'의 뜻이지요. 곧 공적 업무를 하는 것입니다. 공무를 집행할 때는 사사로운 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엄격하고 바르게 해야 하지요. 그 자세가 장莊입니다.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채 공권력을 늘 불공정하고 몰상식하게 사용했던 자가 공정과 상식을 부르짖는다고 해서 리더가 되면 공무에 엄정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입니다. 그 스스로 존경 받을 수 없는 존재임을 잘 알기에 국민들에게 존경하는 표정이라도 지으라고 강제할 것이 뻔하지요. 돈이라도 많아야 구수한 구두 양주라도 얻어 마시며 존경을 표할 텐데 안색이 어둡다고 괜히 구둣발로 뺨이나 얻어맞지 않으면 다행이겠지요.  


다음으로 충忠에 대해 공자답게 효를 먼저 얘기합니다. 인륜의 기본을 저버리는 자는 근본적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지요. 자기 부모에게는 잘하면서 국민들에게는 가혹하게 구는 자도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국가 지도자는 국민을 섬겨야 할 대상으로 인식해야 하지요. 부모에게 효도하면서 마치 부모를 대하듯 국민을 자애롭게 대할 수 있어야 리더의 품성을 갖춘 것이요, 그런 리더가 이끄는 나라에 국민은 기꺼이 충성한다는 것입니다. 국가란 곧 국민이기 때문이지요. 


자기 장모는 남에게 십 원 한 장 피해 준 적 없다고 강변하는 등 지극한 효성을 보이면서 국민들에게는 법과 원칙을 떠들어대는 자가 충성을 논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일하지 않으면 나라의 재정은 머지 않아 파탄나게 됩니다.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기를 바란다면 인재 등용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어야 한다고 공자는 조언합니다. 멍청한데 사악하기까지 한 자들이 발탁되고 승진하는 일 따위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무능한 자들이 주요 공직을 맡아 부정부패를 일삼으면 국민들의 근로의욕이 저하됩니다. 열심히 일해 봐야 별로 남는 것도 없는 현실에서 6년만 근무하면 퇴직금으로 '수십 억 푼돈'을 주는 회사를 보며 자괴감만 커질 뿐이겠지요. 능력들은 쥐뿔도 없으면서 어깨에 잔뜩 힘을 준 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탕이나 치려고 하는 자들이 권력을 누리는데 실력이 출중하고 공익 마인드가 투철한 인재들이 외면 받고 공격 당한다면, 이런 사회에서 근면 성실하게 노동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도 한탕'을 기획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위기를 돌파하며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 정도의 나라에서 경이로운 무식과 무지의 소유자를 지도자 자리에 앉히려고 안달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현실은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나라가 망하기를 소망하지 않고서는 그럴 수 없는 것이지요. 도움 받을 것이 많은 능력 있는 이웃, 친구, 동료가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이 나간 듯 멍청한 짓만 일삼으면 그는 곧장 협력의 대상에서 활용의 그것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협력의 가치를 상실한 나라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보일 국가는 이 세계에 없습니다. 가진 것을 어떻게든 빼앗은 후 완전히 몰락시키려고 안달들 하겠지요. 


세상 이치에 우연은 없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위정爲政19>-직왕直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