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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Feb 18. 2022

일상의 논어 <위정爲政19>-직왕直枉


哀公問曰 何爲則民服 孔子對曰 擧直錯諸枉 則民服 擧枉錯諸直 則民不服

애공문왈 하위즉민복 공자대왈 거직조저왕 즉민복 거왕조저직 즉민불복


-애공이 물어 말했다. "어떻게 하면 백성이 따릅니까?" 공자가 대답해 말했다. "곧은 사람을 등용하여 굽은 자 위에 두면 백성이 따르고, 굽은 자를 기용하여 곧은 사람 위에 놓으면 백성이 따르지 않습니다."



애공은 공자의 고국 노나라의 마지막 왕입니다. 말년의 공자와 위의 대화를 나눈 그의 나이는 약관을 겨우 넘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훗날 삼환三桓들과의 권력 투쟁에서 패퇴해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다 객사했다고 전해지지요. 그의 시호에 애哀가 들어간 이유를 짐작할 만합니다. 삼환은 제나라 임금 환공桓公의 세 서자로부터 이어진 가문으로 노나라 국정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위세를 떨쳤던 대부大夫들입니다. <계씨편> 16장에 삼환이 등장합니다. 


젊은 왕과 시대의 학자 간의 대화답게 그냥 왈曰이 아니라 '문왈', '대왈'로 격식을 차려 표현하고 있습니다. 공자의 대답은 지극히 당연하여 심심할 정도이지요. 하지만 이 당연한 일이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정치에서는 자주 외면 당하니 심드렁하게 읽을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 대선 역사에서도 정직한 사람을 외면하고 사특한 자를 지지하는 일이 주기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질 낮은 무자격자인 것을 뻔히 알면서 묻지마 투표를 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어리석은 선택에 대해 "손모가지를 자르고 싶다"는 말로 부끄러워 했었지요. 하지만 말은 말일 뿐, 손목이 잘리지 않으니 다시 멍청한 짓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공자의 말을 오늘날의 언어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곧은 사람을 등용하여 굽은 자 위에 두면 국민을 따르고, 굽은 자를 기용하여 곧은 사람 위에 놓으면 국민을 따르지 않습니다.' 


국민을 따르는 대신 국민을 짓밟을 것이 뻔한 '구불구불 휘어진 무능력자'에게 권력을 쥐어 주고 그가 다시 국가 환란의 위기를 초래하도록 방조하려는 자들은 이 나라의 국민입니까 아니면 왜나라의 신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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