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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Feb 10. 2022

일상의 논어 <위정爲政18>-간록干祿


子張學干祿 子曰 多聞闕疑 愼言其餘 則寡尤 多見闕殆 愼行其餘 則寡悔 言寡尤 行寡悔 祿在其中矣

자장학간록 자왈 다문궐의 신언기여 즉과우 다견궐태 신행기여 즉과회 언과우 행과회 녹재기중의


-자장이 벼슬하는 법을 배우고자 하자 공자가 말했다. "많이 듣되 의심스러운 것은 빼고 그 나머지만 조심하여 말하면 허물이 적다. 많이 보되 위태로운 것은 빼고 그 나머지만 조심스레 행하면 후회가 적다. 말에 허물이 적고 행동에 후회가 적으면 그 가운데에 벼슬이 있다."



자장은 공자보다 48세 연하의 어린 제자입니다. 그는 지금 어떻게 하면 국가의 녹을 먹을 수 있을까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 대목에서 학문에 대한 그의 관점은 공적 등용과 보상이라는 현실적 목표에 닿아 있지요.  


어린 제자에게 공자가 어른의 지혜를 들려 주고 있습니다. 공자의 조언의 핵심은 일단 많이 듣고 보라는 것입니다. 견문見聞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지요. 자장의 학문과 경험이 일천함을 간접적으로 말하는 셈이기도 합니다. 넓어진 견문을 활용할 때는 확실한 것, 분명히 아는 것만을 말하고, 무리한 것, 도리에 합당한 것만을 행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허물이 쌓이고 후회할 일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지요. 


공자의 조언의 핵심은 '녹재기중의'입니다. 벼슬이란 구하는 것(干)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在)이라는 인식이지요. 견문이 풍부한 데다 언행도 바른 사람이라면 세상에 쓰이게 되는 때가 오기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김칫국 마시며 출세할 생각에 빠져 있을 시간에 공부와 수행에 더 진력하라고 충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능력 있는 인재라면 학력이나 출신과 무관하게 등용될 수 있는 사회란 오늘날에도 여전히 꿈으로 남아 있습니다. 궁핍한 생활에 찌들어 있는 공자 사단의 현실을 지켜보며 자장은 내심 공자의 삶과는 다른 미래를 꿈꿨겠지요. 하지만 공자의 가르침을 수용한 자장은 출세의 부질없음을 깨닫고 학문에 집중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이 대목이 논어에 실릴 수 있었던 까닭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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