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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Feb 28. 2022

일상의 논어 <위정爲政21>-위정爲政


或謂孔子曰 子奚不爲政 子曰 書云 孝乎 惟孝 友于兄弟 施於有政 是亦爲政 奚其爲爲政

혹위공자왈 자해불위정 자왈 서운 효호 유효 우우형제 시어유정 시역위정 해기위위정


-어떤 사람이 공자에게 말했다. "선생님은 왜 정치를 하지 않으십니까?" 공자가 말했다. "<<서경>>에 말하길 "효로다! 오직 효도하고 형제 간에 우애하며 정사에 이를 반영하라"고 했다. 이 또한 정치를 하는 것이니 어찌 그것만이 정치하는 것이라고 하겠는가?" 



공자는 현실 정치에 참여하여 세상을 바꾸고자 했으나 쓰임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왜 정치를 하지 않느냐는 우문은 던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리석은 자였기에 논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혹자라고 불렸겠지요. 


공자는 서경의 한 대목을 인용합니다. 그는 부모 자식 간의 효와 형제 간의 우애라는 가치가 정치의 근원임을 얘기하는 것이지요.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것인 만큼 좋은 정치의 핵심은 결국 양질의 정치인이 될 가능성을 가진 인재들을 양성하는 것이며 그들이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 바로 효와 우애라는 것입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끼리 우애 있게 지낸다면 훌륭한 정치인의 기본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는 인식이지요. 


이는 곧 그런 인재들을 배양하는 자신의 일이야말로 정치의 근간이라는 주장입니다. 공자의 말을 정계에 진출하지 못한 교육자의 자위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주역>> 공부를 통해 하늘의 이치를 터득한 공자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그 정도의 욕망을 진작에 훌훌 벗어 던졌을 테니까요.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서 공자의 말은 여전히 울림이 있습니다. 공자의 말을 통해 우리는 우리 대의민주제의 뚜렷한 한계의 원인이 나쁜 정치인을 걸러내지 못하는 유권자들의 의식 수준 때문임을 상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천박한 역사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언론의 의도대로 휘둘리는 국민들이 존재하기에 우리의 정치는 국민의 삶과 나라의 운명을 주기적으로 위험에 처하게 만들지요. 국민을 깨어 있게 만드는 진정한 교육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것의 바탕이 오래 전 공자가 주장했던 효와 우애일 수는 없겠지요. 우리의 교육은 민주주의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시민의 양성에 목표를 두어야 합니다. 민주 시민들이 육성되는 교육 제도 하에서 반사회적인 정치인들이 설 자리는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 자들이 반복적으로 공동체를 퇴행시키고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도 더는 가능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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