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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y 20. 2022

일상의 논어 <이인里仁8>-조문석사朝聞夕死


子曰 朝聞道 夕死可矣

자왈 조문도 석사가의


-공자가 말했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그래서 식상하기까지 하지요. 하지만 유명한 만큼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도道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많이 달라집니다. 우리는 도를 공적 개념과 사적 그것으로 크게 구분하여 그 공자가 전하고자 한 바를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팔일>편 24장에서 우리는 지방 봉인의 입을 통해 천하의 무도無道함을 알았습니다. 도의가 사라진 시대, 극악무도한 자들이 판치는 세상은 그 자체로 지옥과 다를 바 없지요. 이런 시절을 견뎌 내야 했던 백성들의 곤고함은 이루 말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백성들을 보는 공자의 마음은 하늘과 땅이 한바탕 뒤집히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찼을 것이 분명합니다. 주역 11괘 지천태괘地天泰卦의 세상이지요. 공자와 같은 성인이라면 '태평성대가 도래해 인의仁義의 가치가 회복되고 백성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모습을 확인할 수만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을 하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도를 공적 개념으로 볼 때의 '조문도 석사가의'의 의미입니다. 


진리를 탐구하는 수행자나 학자의 자세는 유명해져서 부와 명예를 누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에 뜻을 두는 것이어야 합니다. 진정한 진리란 평생을 수행하고 공부해도 손에 잡히지 않지요. 인간이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것이 진리의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입니다. 하지만 걸어 본 사람이라면 인간에게 허락된 진리를 향한 구도의 길에서 충분히 큰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는 깨달음에 아무런 진전을 주지 않고 인생을 소진시키며 무심히 흘러가는 듯해도 공부로 충실하게 채운 그 하루하루가 모여 어느 순간 큰 정신적 도약을 이루어냅니다. 앎의 길, 구도의 길 끝에서 하늘의 선물처럼 진리의 실체와 조우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보상이 되겠지요. 그야말로 더 이상의 원이 없을 것입니다. 사적 개념의 도로 읽을 때의 '조문도 석사가의'의 뜻입니다. 


민중의 횃불에 꼬리를 말았던 불인한 자들이 권토중래하여 권력을 잡은 나라는 하루가 멀다고 망가지고 있습니다. 나라의 안보와 외교 시스템은 어그러지고 불공정과 몰상식이 횡행하며 국격은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정부가 국익에 반하는 짓을 할까봐 국민들이 날마다 노심초사하는 작금의 현실은 그야말로 무도한 세상이지요. 다시 정상적인 정치 세력이 정권을 잡는 그날, 도의 회복을 듣게 되는 셈인 우리의 가슴속으로 비로소 안도감이 밀려오게 될 것입니다.     


학위의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린 대학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학위 장사꾼으로 전락한 대학은 더 이상 진리의 상아탑으로 존중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대학 학위는 더 이상 공부의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진짜 공부는 대학 밖에서 이루어집니다. 진정한 진리에 대한 열망이 꿈틀거릴 때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대학이 아니라 공부 그 자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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