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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05. 2022

일상의 논어 <이인里仁18>-기간幾諫


子曰 事父母幾諫 見志不從 又敬不違 勞而不怨

자왈 사부모기간 견지부종 우경불위 노이불원


-공자가 말했다. "부모를 섬길 때는 노여움을 사지 않도록 온건하게 간하라. 동의하지 않는 뜻을 보이시더라도 공경하며 삼가는 태도를 어기지 말라. 수고롭더라도 원망하지 말라."


 

부모와 자식 사이도 사람 간의 관계인지라 사안 별로 의견이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흔히 자식은 부모의 생각을 고루하다고 여기고 부모는 자식의 생각을 철없다고 느끼기 쉽지요. 진지하게 상대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며 경청하는 대신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주장을 앞세우는 것이 통상적이기 때문입니다. 효 매니아 공자가 이런 대목을 지나칠 리 없습니다. 공자는 자식이 부모를 설득할 일이 있을 때 지켜야 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조언하고 있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설득해야 하는 일이란 거의 대부분 부모가 직관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일 확률이 높지요. 예를 들어 대학생 자녀가 멀쩡히 다니던 학교를 중퇴하고 장사를 하겠다고 하거나 미혼인 자녀가 자식 딸린 돌싱과 결혼하겠다고 말한다면 그 자리에서 흔쾌히 그러라고 허락할 부모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기 때문이지요. 사회적 통념이란 결국 기성세대의 개인적 가치관의 통일적 집합인 셈이니까요.    


부모는 즉각 화를 내기 마련입니다. 예상대로 반응하는 부모를 보며 자식은 실망하게 되고 준비해 온 얘기를 다 꺼내기도 전에 입을 닫아 버리지요.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은 증폭되고 사이는 멀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전개입니다. 공자의 효는 자식의 도리를 강조하지요. 답답하고 힘들더라도 한결같이 정중한 자세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끝내 부모가 동조해 주지 않아도 원망하는 마음을 갖지 말라는 것이 그의 입장일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지요. 앞으로의 세상은 부모 세대가 한 번도 걸어 보지 못한 길로 가득한 곳입니다. 부모가 물러나야 합니다. 그저 자식이 자기의 삶을 살도록 격려해야 마땅합니다. 성인으로서 자신의 결정에 책임지고 자기자신의 힘으로 인생을 개척해 나갈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자식의 어깨 위에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운 채 자식의 인생을 자신들의 욕망으로 채우는 부모는 되지 말아야 합니다. 마음껏 뛰어놀도록 방목한 김어준 총수 부모의 교육관에서 오늘의 부모들은 통찰을 얻어야 합니다.   


"인서울이 아니면 절대 안 된다"며 자식을 재수, 삼수의 길로 몰아세우는 부모가 아니라 "인지구이기만 하면 되지 뭐"라며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고 격려하는 부모가 자식에게 날개를 돋게 만듭니다. 부당하게 권력과 자본을 획득한 자들의 불의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와 오직 실력이라는 정당한 수단으로만 부와 명예를 추구하게 하는 철학을 갖게 하는 부모가 자식을 위대하게 만듭니다. 위대한 자식들이 세상을 이전보다 더 나은 곳으로 바꿉니다. 그것이 더 큰 효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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