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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30. 2022

일상의 논어 <공야장公冶長15>-군자지도사君子之道四


子謂子産 有君子之道四焉 其行己也恭 其事上也敬 其養民也惠 其使民也義

자위자산 유군자지도사언 기행기야공 기사상야경 기양민야혜 기사민야의


-공자가 자산에 대해 평했다. "군자의 도 네 가지를 갖추었다. 몸가짐에 공손했고 윗사람을 모심에 정중했으며 백성들을 부양할 때는 은혜로웠고 백성들을 다스릴 때는 의로웠다."   



자산은 정나라()의 대부 공손교公孫僑입니다. 패권을 다투던 강국 진나라()와 초나라() 사이에서 탁월한 외교력으로 정나라의 안보를 유지한 명재상이었다고 합니다. 인습적인 귀족 정치를 배격하고 솥(鼎)에 법조문을 새겨 중국 역사 최초로 성문법에 따라 법치주의를 시행한 인물로 평가됩니다. 약소국이었던 정나라는 그의 재임 기간 동안 국력이 크게 신장되었다고 하지요.


우리는 지금 IMF 시즌2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우리가 그동안 쌓아 올린 세련된 첨단 선진국의 국가 이미지를 스스로 망가뜨리면서 균형 외교를 포기한 채 미국 주도의 신냉전 체제 첨병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우호적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국 시장을 탈중국이라는 시대 착오적인 구호를 외치며 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최상류층과 대기업의 세금을 깎아 주느라 부족해진 세수는 취약 계층에게 여파가 가장 크게 미치는 공공요금 인상 등의 방법으로 메꾸려 합니다. 우리 경제의 앞날은 절망의 신호로 가득 차 있지만 리더와 정책 책임자들의 입에서는 의미 있는 정책 방향조차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얼어붙은 투자 심리로 인해 시장은 날마다 급속히 냉각되는 중입니다.


위 구절을 읽은 혹자는 그래도 한 가지 법치주의 만은 공손교와 현 정부의 철학이 일치한다고 말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소수 권력자들 만을 결사적으로 보호하는데 탁월한 위력을 발휘하는 우리의 사법 시스템을 보며 법치주의를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민망한 일이지요.


권력을 가졌다고 건들거리는 사람,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한없이 비굴한 사람, 가난한 국민은 자유의 개념조차 모르며 부정식품 먹을 자유나 주면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국민은 오직 법으로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런 리더가 진정 작금의 대한민국을 덮쳐 오는 경제 위기에서 국민과 나라를 구해 낼 수 있을까요? 


IMF 구제금융 체제에 접어들었던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김대중이라는 걸출한 세계적 지도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한 달 강하게 반등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가 대통령에 취임한 달부터 4개월 간 직전 해 못지 않은 급락세를 이어가지요. 그 4개월 동안 정부는 쉼 없이 일했고 국민은 정부의 노력에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신뢰 받는 정치 리더십의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지요. 경기에 선행하는 주식시장은 바닥을 다지고 폭등했고 우리는 2년 만에 IMF 관리 체제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습니다.


지금의 정치 리더십은 IMF 시즌2로의 진행을 막아 낼 수 있을까요? 리더의 인식과 정부의 정책은 이 질문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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