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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l 08. 2022

일상의 논어 <공야장公冶長21>-광간狂簡


子在陳 曰 歸與 歸與 吾黨之小子狂簡 斐然成章 不知所以裁之

자재진 왈 귀여 귀여 오당지소자광간 비연성장 부지소이재지


-공자가 진나라에 있을 때 말했다. "돌아가자 돌아가자. 내 고향 젊은이들은 뜻은 크나 실천에 소홀하고 거칠며, 화려한 문채로 글은 짓지만 재량할 줄은 모른다."  



55세에 시작된 공자의 지식 노마드적 유랑은 BC484년 68세의 나이에 마감됩니다. 13년 간의 주유를 마치고 노나라로 복귀하지요. 이후 후학을 양성하며 말년을 보냅니다. 


위 구절은 소국 진나라에 머물던 공자가 고국으로의 복귀를 결심하고 밝힌 소회입니다. 여기에서의 '당黨'은 '마을, 장소'의 개념으로 쓰였으니 고향 정도로 풀이하면 적당합니다. '광간'의 사전적 의미는 '뜻하는 바는 크나 실천함이 없이 소홀하고 거칢'입니다. '성장'은 문장을 이루는 것이니 곧 글을 짓는다는 뜻이 됩니다. '재'는 재량하다의 의미입니다. 흔히 우리가 '자유재량에 맡기다'와 같이 사용하는 그 재량입니다. 


공자는 고국에 대한 이런저런 소식들을 전해 들었겠지요. 이를 토대로 공자는 노나라의 청년들에 대해 진단합니다. '뜻은 높이 세워 놓고 정작 그것의 달성을 위한 성실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배운 것은 많아 문장에 멋을 부릴 줄은 알지만 배운 바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의사 결정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 공자의 분석이지요. '그러니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생애는 내 나라 젊은이들의 성장을 위해 바쳐야겠구나'라는 결심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우리 현대사의 중심엔 언제나 피 끓는 청춘들이 있었지요. 그들이 흘린 피가 강물이 되어 흘러 넘쳐 엄혹한 독재의 땅을 녹이고 녹여 민주주의의 신록이 넘실거리는 봄 땅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몸으로 직접 겪지 않고는 타인의 절망과 고통과 절절히 만나지 못하는 게 인간인지라 민주주의에 대한 타는 갈증을 느껴 보지 못한 작금의 청년 세대는 야망은 크지만 실천에 소홀하고, 호들갑스럽게 인터넷에 글을 써대지만 공동체와 자신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정치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지성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청년층이 수구화되면 공동체의 역동성이 떨어지게 되지요. 역사에 무지하고 사회의 변화에 무관심한 청년들이 많아질수록 수구 세력의 집권은 용이해집니다. 청년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이미지 정치가 먹히게 되니까요. 오직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수구 세력이 권력을 쥐는 한 노인을 위한 나라도 청년을 위한 나라도 될 수 없다는 자명한 역사적 진리를 외면하는 이 땅의 잠들어 있는 청년들에게 공자가 조언하는 듯합니다. "뜻이 크다고 사람이 저절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말과 글을 쏟아낸다고 그 안에 세상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먼저 공부하여 제대로 안 이후에 성숙한 눈으로 세상을 다시 봐라. 그럼 달리 보일 것이다. 제대로 알기 위해 공부하기를 원치 않는다면 달리 방법이 없다. 직접 몸으로 겪어 봐라. 그럼 알게 될 것이다. 이전 시대를 관통해 온 깨어 있는 사람들을 짓눌러온 절망과 고통의 무게를. 그때 너희들은 비로소 아주 조금 달라질 가능성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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