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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l 06. 2022

일상의 논어 <공야장公冶長20>-기우불가급其愚不可及


子曰 甯武子 邦有道則知 邦無道則愚 其知可及也 其愚不可及也

자왈 영무자 방유도칙지 방무도칙우 기지가급야 기우불가급야


-공자가 말했다. "영무자는 나라에 도가 있을 때는 지혜로웠고 나라에 도가 없을 때는 어리석었다. 그의 지혜에는 미칠 수 있으나 그의 어리석음에는 닿을 수 없다."



영무자는 위나라(衛)의 대부로 문공文公과 성공成公 두 임금을 섬겼습니다. 태평했던 문공 치세와 달리 성공 시절에는 강대국 초나라(楚)와 진나라(晉)가 패권 다툼을 벌이는 사이 미숙한 외교와 국론 분열로 나라의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기원전 632년의 유명한 성복전투城濮戰鬪 전후의 중국 정세에 해당합니다. 이때 영무자는 성공을 끝까지 보필하며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은 인물입니다. 난세의 영웅이었지만 자신의 공을 인정 받으려 하지 않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 구절의 핵심은 우愚입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그 우愚이지요. 바보 노무현의 그 '바보'이며, 'Stay hungry, stay foolish'의 그 'foolish'입니다. 당연히 우직愚直의 개념이지만 '바보'와 'foolish'로 은유될 때의 그 뉘앙스를 우리는 좋아하지요. 공자 역시 이 뉘앙스로 사용했을 것입니다.    


태평성대에는 나라의 시스템이 안정되어 공직자 누구나 무난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달라지지요. 보신주의가 만연할 뿐만 아니라 혼란한 시기를 틈타 불의한 방법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자들이 창궐하기 마련입니다. 공자의 말은 위기에 처한 작금의 나라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후빕니다.


정부 운영 책임자들은 입만 열면 나라의 위기를 키웁니다. 살벌해진 국제 정세 속에서 당당한 균형 외교 대신 독재 정권이나 하던 굴종 외교를 선택함으로써 경제, 안보 위기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민생을 위한 정책은 실종되었고 정반대로 극소수의 이권을 챙겨 주기 위해 국민들에게 불이익을 전가하는 중입니다. 스스로 엘리트라고 자처하는 자들의 천박한 선민의식이 공공의 가치를 붕괴시키며 나라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 중입니다. 원래 그런 자들에게 잘못이 있을 리 없습니다. 그들은 생겨 먹은 대로 하는 것뿐이지요. "우리가 어떻게 할 지 몰랐어? 알았잖아? 알고 뽑았잖아?", 그들의 생각은 아마 이와 같을 것입니다. 그들을 뽑은 절반의 국민들이야말로 '멍청이', 'stupid'로 불려도 싼 것이지요.      


여건이 어려울 때는 온갖 감언이설로 이익을 얻어 자신의 난국을 타개하려고 몸부림치던 사람들이 상황이 호전되면 언제 그랬나는 듯이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닙니다. 힘든 여건일수록 정당한 방법 만으로 자신을 다시 세우려는 사람, 잘 나가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 사람은 드물지요. 우직하게 산다는 것은 그래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주역>> 12괘 천지비괘天地否卦의 <대상전>에서 공자는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象曰 天地不交 否 君子以 儉德辟難 不可榮以祿 상왈 천지불교 비 군자이 검덕피난 불가영이록 / <대상전>에 말했다. 하늘과 땅이 섞이지 않는 것이 비다. 군자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자신의 덕을 숨김으로써 어려움을 피해야 한다. 벼슬하여 영화를 누려서는 안 된다.' 소인들이 장악한 세상에서 덕망 있는 군자들은 언제나 핍박을 받았습니다. 나라를 장악한 무능한 자들은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 국격을 높이고 평화를 정착시켜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던 전 리더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습니다. 언론은 입을 닫고 헛소리만 쏟아내고 있습니다. 우직한 군자들은 보이지 않고 벼슬하여 영화를 누리려는 간신배들만 우글거리는 참담한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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