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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ug 23. 2022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4>-신신요요申申夭夭


子之燕居 申申如也 夭夭如也

자지연거 신신여야 요요여야


-스승께서 특별한 일 없이 한가로이 계실 때는 편안하고 온화하신 모습이셨다. 



내용상 자子는 부자夫子의 줄임말입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깊은 사색에 잠겨 있지 않고 소위 멍때리고 있을 때의 공자의 모습을 제자들이 바라보다 그때의 느낌을 기록했던 모양입니다. 


신申은 '펴다, 늘이다'의 뜻으로 쓰여 신신申은 '몸을 오그리지 않고 쭉 펴서 느슨해 보이는' 정도의 뉘앙스를 풍깁니다. 편안한 모습이지요. 


요요夭夭는 '생기가 있고 얼굴빛이 환하고 부드러움'의 의미로 공자에 대한 표현이니 '온화함'으로 풀이하는 것이 어울립니다.


이 구절에서 중요한 것은 굳이 왜 이런 내용을 논어에 수록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추론해 보는 일이겠지요. 


한적한 휴가지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눈이 닿는 풍경에 아무렇게나 시선을 두면서 느긋하게 쉴 때의 여유가 어떤 것인지 우리는 압니다. 하지만 일상으로 복귀하면 다시 쫓기듯 살아가지요. 잠깐의 겨를조차도 이런저런 상념으로 채우면서 말이지요. 누구보다 나라와 백성에 대한 걱정이 많았을 공자이건만 그는 일상에서 비움과 내려놓음을 실천할 줄 알았다는 것입니다. 


돈 걱정, 일 걱정으로 스스로를 달달 볶는 범인들과 달리 그의 근심(憂)의 대상은 전혀 다른 수준에 위치해 있었지요. 일상의 여유를 만드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영혼의 수준이 높아야 합니다. 분주함을 미덕처럼 여기며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일수록 정신은 메말라 있기 십상입니다. 분위기 좋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값비싼 술과 음식을 즐긴다고 여유가 아니지요. 현실적 문제들을 담담히 인정하면서도 그것에 마음이 온통 지배되지 않도록 주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정신의 영역을 확고히 확보하고 있는 사람만이 힘든 가운데서도 여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구성원들의 여유를 박탈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치닫고 있습니다. 자기의 눈으로 직접 방향을 가늠하여 자기만의 템포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이 정부가 흔드는 대로 흔들려서는 중심을 잃고 표류할 뿐입니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지요. 작금의 세상이라는 배는 표류자들을 기다리지 않고 앞으로 내달릴 것입니다. 잔인한 자들이 방향타를 잡고 있기 때문이지요. 다가오는 '퍼펙트 스톰'에 여유를 갖고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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