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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ug 30. 2022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9>-미상포未嘗飽


子食於有喪者之側 未嘗飽也 子於是日哭 則不歌

자식어유상자지측 미상포야 자어시일곡 즉불가


-스승께서는 상을 당한 사람 곁에서 식사하실 때 배불리 드시지 않았고, 이날 곡하시면 노래하지 않으셨다. 



문화권마다 인간은 저마다 고유한 장례 풍습을 형성했고, 그것에 우열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호불호가 나뉠 뿐입니다. 


공자가 죽었을 때 제자들은 삼년상을 치렀고 특히 자공은 그 두 배의 기간을 스승의 무덤 옆에서 보냈지요. 이런 유가적 장례는 아무래도 과한 느낌이 듭니다. 죽음을 대하는 자세는 장자에게서 배울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莊子將死 弟子欲厚葬之 莊子曰 吾以天地爲棺槨 以日月爲連璧 星辰爲珠璣 萬物爲齎送 吾葬具豈不備邪 何以加此 弟子曰 吾恐烏鳶之食夫子也 莊子曰 在上爲烏鳶食 在下爲螻蟻食 奪彼與此 何其偏也 以不平平 其平也不平 以不徵徵 其徵也不徵 明者唯爲之使 神者徵之 夫明之不勝神也久矣 而愚者恃其所見入於人 其功外也 不亦悲乎 장자장사 제자욕후장지 장자왈 오이천지위관곽 이일월위연벽 성신위주기 만물위제송 오장구기불비야 하이가차 제자왈 오공오연지식부자야 장자왈 재상위오연식 재하위루의식 탈피여차 하기편야 이불평평 기평야불평 이부징징 기징야부징 명자유위지사 신자징지 부명지불승신야구의 이우자시기소견 입어인 기공외야 불역비호 - 장자가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제자들이 후히 장례를 치르고자 하자 장자가 말했다. "나는 하늘과 땅으로 관을 삼고, 해와 달로 한 쌍의 옥을 삼으며, 별로 구슬을 삼고, 만물로 배웅 선물을 삼는다. 내 장례가 다 갖추어졌거늘 어찌 준비가 안 되었다는 것이냐?" 제자들이 말했다. "저희들은 까마귀나 솔개가 스승님을 먹을까 두렵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위에 있으면 까마귀와 솔개의 밥이 될 것이고 아래에 있으면 땅강아지와 개미의 밥이 될 것인데, 저쪽에서 빼앗아 이쪽에 주면 편중되지 않겠느냐? 공평하지 않은 것으로 공평하게 한들 그 공평함이 공평한 것은 아니다. 명징하지 않은 것으로 명징하게 한들 그 명징함이 명징한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란 다만 순종의 결과일 뿐, 신(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명징함을 관장하는 것이다. 무릇 눈에 보이는 것이 신을 이기지 못한 지가 오래되었는데, 어리석은 자들은 보이는 바에만 의지한 채 인위적인 것에 정신이 팔려 공을 겉으로 드러내려 하니 또한 슬프지 아니하냐?"' - <<장자莊子>> <잡편雜篇> <열어구列禦寇> 편.


모든 죽음이 이처럼 담담하게 맞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는 슬픈 죽음들이 발생하지요. 삶이 슬프지 않을 때 죽음이 슬프지 않을 가능성이 생깁니다.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사회가 구축될 때 누구나 인간다운 죽음으로 삶을 마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태생적 불평등을 사회적으로 고착시키는 정치가 끔찍한 이유는 인간의 정신 수준을 까마귀나 솔개 수준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입니다. 


약육강식, 각자도생의 기치를 숨긴 채 겉으로만 민생을 떠들어대며 민주주의 말살과 왜색 문화 창궐을 획책하는 자들이여, 그대들에게 가장 비참한 죽음이 함께하길! 그대들의 삶은 참으로 더러웠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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