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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ug 31. 2022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10>-포호빙하暴虎馮河


子謂顔淵曰 用之則行 舍之則藏 唯我與爾有是夫 子路曰 子行三軍 則誰與 子曰 暴虎馮河 死而無悔者 吾不與也 必也臨事而懼 好謀而成者也

자위안연왈 용지즉행 사지즉장 유아여이유시부 자로왈 자행삼군 즉수여 자왈 포호빙하 사이무회자 오불여야 필야임사이구 호모이성자야


-공자가 안연에게 말했다. "쓰이면 행하고 버려지면 숨는 것, 오직 나와 너만이 이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로가 말했다. "스승님께서 삼군을 통솔하신다면 누구와 함께하시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범을 맨손으로 두드려 잡고 큰 강을 배 없이 걸어서 건너려다 죽어도 후회가 없다는 사람과는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일에 임하여 두려워하고 계획하여 이루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할 것이다."      



안회에 대한 공자의 사랑은 실로 대단합니다. 등용되어 세상에 쓰이게 되면 최선을 다해 능력을 발휘하고 무도無道한 세상이어서 쓰이지 못하면 은거하며 안빈낙도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자신과 안회만은 그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仁한 안회에 대한 극찬이지요.


이 말을 들은 용勇의 자로가 내심 스승의 칭찬을 기대하며 질문합니다. 총 37,500명(각 군의 인원은 12,500명)의 대군을 지휘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능력이 출중한 부하 장수들의 일사분란한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당연히 너와 함께해야지', 자로는 이런 대답을 원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자는 비유법을 써서 제자에게 가르침을 건넵니다. '용맹함이 다가 아니다. 네가 좀 더 신중하고 치밀하게 전략을 수립하여 행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를 자로 맞춤형으로 강하게 말한 것이지요. 공자가 이순신 장군을 봤다면 '바로 저런 분처럼 말이다'라고 말을 얹었을 것입니다.   


'포호빙하'는 <<시경>>의 '불감포호  불감빙하 不敢暴虎  不敢馮河 - 감히 범을 맨손으로 두드려 잡지 못하고 감히 큰 강을 배 없이 걸어서 건너지 못하다'라는 대목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용장勇將보다는 지장智將이 언제나 한 수 위이지요. 아는 것은 쥐뿔도 없는데 센 척은 또 더럽게 많이 하는 원균 같은 놈들이 최악입니다. 그래도 역시 덕장德將이 넘버원이지요. 그 놈의 공정과 상식의 잣대로 보면 왜 그런 판결들을 내렸는지 훤히 보이고도 남음이 있건만 구차하게 변명들을 늘어놓으면서 높은 자리에 한 번 올라보겠다고 용을 쓰는 자를 보면서, 역시 우리나라에는 정의로운 검사님들과 덕 있는 판사님들이 넘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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