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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Sep 02. 2022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12>-재전질齊戰疾


子之所愼 齊 戰 疾

자지소신 재 전 질


-스승께서 삼가신 바는 재계, 전쟁, 질병이다. 



가지런할 제(齊)는 재계할 재()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재계齋戒란 부정한 일을 멀리하고 심신을 깨끗이 하는 것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굳이 목욕재계로 보아 제사나 기도와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대하는 정갈한 몸가짐과 마음가짐인 것이지요. 다만, 전쟁과 질병을 함께 거론했으니 여기에서 쓴 재계는 공적 의미가 강할 것입니다. 


제후국들 간의 패권 경쟁이 일상이었던 춘추시대에 백성들이 감내해야 했을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전쟁의 무용함을 알기 마련이지요. 권력자들의 극대화된 야욕이 가장 극단적으로 현실에 투사되는 방식일 뿐이니까요.


공중위생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에 질병을 앓는 것은 일상다반사였을 것입니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질병 탓에 사람들에게 죽음은 매우 가까이 있는 것으로 느껴졌겠지요. 그만큼 죽는 사람이 흔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흔하다 보면 감각이 둔해지기 마련입니다. 흔한 죽음은 자칫 인명에 대한 경시 풍조를 낳을 우려가 있습니다. 허무주의와 냉소주의가 사회에 만연하기도 쉽지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디 기를 쓰고 살아서 뭐혀?'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이지요.    


고대국가의 제례는 왕실의 권위를 강화하고 백성들의 단합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었습니다. 위의 구절은 국가의 안위와 민생을 고민하는 공자의 공적 차원의 염려 정도로 보면 충분할 것입니다.  


나라를 생각하면 갑갑한 심정이 되어야 정상입니다. 이 시대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데에는 많은 스트레스가 동반되기 때문이지요. 지식인들 중에서도 사람들이 정치 얘기하는 것을 한심하게 생각하는 자들이 있는데, 그런 자들이야말로 공동체로부터 두루 혜택을 입었으면서도 오직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소인배에 불과합니다. 국민이 나라꼴을 염려하지 않으면 누가 할까요? 외국인들이 대신 해줄까요? 


지식인들에게는 특별한 공적 책무가 주어져 있습니다. 일반 국민들보다 더 많이 공부하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만큼 자신의 지식을 공공선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사회야 어찌 되는지 말든지 사적 평판 관리에만 신경 쓰는 지식인이라면 그가 가진 알량한 지식이란 무쓸모한 것에 불과합니다. 앎이 부족해도 위기 때마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들고 일어났던 민초들의 정신이야말로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근간입니다. 비겁한 지식인들은 늘 권력에 굴종하면서 민초들의 정신을 짓밟는데 앞장서 왔지요. 엘리트들이 국민을 등쳐먹는 나라라는 외신의 평가가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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