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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Sep 11. 2022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20>-괴력난신怪力亂神


子不語怪力亂神

자불어괴력난신 


-스승께서는 괴력과 난신에 대해 말씀하지 않으셨다. 



'괴력난신'에 대해 사전을 찾아보면 '괴이怪異와 용력勇力과 패란悖亂과 귀신鬼神'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보다는 괴력과 난신으로 구분하여 해석하는 입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괴력'은 괴상할 정도로 센 힘이나 초인적인 힘을 뜻하지요. 따라서 공자는 인간의 노력에 대한 대가 이상의 것을 기대하지 않은 것입니다. 노나라처럼 약한 나라가 강해지려면 뛰어난 외교적 수완을 바탕으로 힘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인재를 기르고 긴 안목으로 국력을 신장시키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다는 인식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가 나타나 나라를 구원하는 일 따윈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개인 차원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 이상은 없다는 것이지요. 주역식 표현으로는 '자강불식自強不息'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난신'은 인간의 정신精神을 어지럽게 만드는 잡신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나약함을 이용해 혹세무민하는 자들에 대한 경계의 뜻이 더욱 크게 담겨 있는 단어인 셈이지요. 공자는 하늘에 대한 경외심만이 필요하다고 보았을 것입니다. 하늘의 존재를 인정하는 사람이 의義에서 벗어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의 안에 머무는 한 인간이 인에 가까워질 확률은 그만큼 높아지게 됩니다.    


공자는 괴력과 난신에 대해 굳이 얘기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검사들이 정부의 온갖 분야에서 연일 괴력을 발휘하고 법사들이 난신들과의 소통을 통해 세상에 구원의 메시지를 던지는 아름다운 이 시대가 공자의 수고를 덜어 주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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