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Sep 12. 2022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21>-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子曰 三人行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자왈 삼인행필유아사언 택기선자이종지 기불선자이개지


-공자가 말했다. "세 사람이 다니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나니, 좋은 점은 골라 따르고 좋지 않은 점은 가려 고쳐야 한다."



널리 알려진 유명한 구절입니다. 여럿이 함께할 경우에는 사람에게서 반드시 배워 본받을 만한 점이 있기 마련이라는 취지의 말이지요. 이는 우리 역시 늘 누군가에게 정면교사正面敎師와 반면교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철학과 나의 의지이지요. 타인들이 보기에 불선한 면이라고 해서 내가 옳다고 믿는 나의 행동을 머뭇거려서는 늘 객체로서의 삶을 살게 되고 맙니다. 


사람에게서 배운다는 말은 언뜻 듣기에 겸손한 말이지만 여기엔 맹점이 있습니다. 사람은 타인의 좋은 점은 버리고 나쁜 점만 배우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엄연히 존재하는 인간의 아이러니이며 인간 사회의 모순이 해소되지 않는 근거로 작용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삶을 억압하는 정치 세력에게 표를 던지며 그들이 자신들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해 주기를 기대하는 모순적인 행태를 볼 때마다 저는 인간의 배움에 회의를 느낍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보이지 않는 것은 찾아볼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외면하는 사람, 눈에 뻔히 보이는 진실은 거짓으로 치부한 채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헛소리는 철석같이 믿는 사람, 진위는 관심 없고 그저 자신의 느낌을 중요시하는 사람, 이놈 저놈 다 똑같은 놈이니 나한테 돈 벌어 주는 놈이 장땡이라는 사람 등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사람에게서 배우려다가는 날 새기 십상이지요. 그래서 자기를 믿고 나아가야 합니다. 아무래도 저는 석가모니의 조언이 마음에 더 잘 들어옵니다. '자등명 법등명 自燈明 法燈明'.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20>-괴력난신怪力亂神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