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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Sep 13. 2022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22>-천생덕天生德


子曰 天生德於予 桓魋其如予何

자왈 천생덕어여 환퇴기여여하


-공자가 말했다. "하늘로부터 정해진 덕이 내게 있는데 환퇴가 나를 어찌할 수 있겠는가?"



이 구절은 <<사기>> <공자세가>에 수록된 일화와 관련됩니다. 공자가 위령공에게 실망하여 위나라를 떠나 조나라로 갔다가 송나라로 옮겨 제자들과 함께 큰 나무 밑에서 강론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송나라 사마司馬(오늘날의 국방장관) 환퇴가 나무를 뽑아 죽이려 하자 제자들이 서둘러 자리를 피하기를 청했을 때 공자가 한 말이 위와 같습니다. <자한子罕> 편 5장에도 동일한 맥락의 '광인기여여하匡人其如予何 - 광 지방의 사람들이 나를 어찌할 수 있겠는가'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천생덕'을 주어로, 어於를 동사로 하여 풀이했습니다. 덕은 은덕恩德으로 읽으면 됩니다. '천天(주어)+생生(동사)+덕德(목적어)'으로 보면 '하늘이 나에게 덕을 주었는데'와 같이 해석되지요. '생덕'이라는 표현은 매우 낯섭니다. 반면 '천생'은 '천생배필'에서 보듯 자연스럽지요. 


자고로 불의한 권력은 정정당당한 선의의 경쟁을 회피합니다. 실력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로 이어져 온 수구 세력의 집권사는 정적들에 대한 회유, 협박, 공작, 암살, 고문, 누명 씌우기, 망신 주기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위대한 인물들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 국가의 역량이 쇠잔했고 민족정기는 훼손되었으며 국민들은 세뇌되었지요. 하지만 하늘이 이 땅을 버리지는 않아 김대중이라는 거인의 목숨을 끝내 지켜 주었고 그는 지금의 대한민국의 위상을 위한 거대한 주춧돌을 놓았습니다. 그는 독재 권력에 의해 현해탄에서 죽음을 맞을 찰나 예수를 보았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그 체험을 바탕으로 그의 신앙심은 더 두터워졌고 불의한 세력에게 두려움 없는 저항을 지속했으며, 가난한 사람들과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했던 예수의 정신을 현실에서 실천하며 행동하는 양심의 본보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의 정신은 계승되어 노무현-문재인의 민주 정부 시기에 국민은 존중 받았고, 경제는 성장했으며, 국격은 높아졌지요.  


저는 '천생덕어여'라고 말했던 공자의 자긍심과 예수의 현신을 믿고 국민들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하고자 했던 김대중의 소명의식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천명을 알고 따르는 사람은 불의한 자들의 탄압에 결코 굴복하지 않습니다. 하늘의 뜻이 의義에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지요.  


작금의 정부 역시 과거와 같은 정적 제거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검경의 전광석화 같은 일처리는 오직 민주 진영 관련 건들에만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시대를 역행하는 이런 낡은 정치에 천명이 함께할까요?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자들에게 하늘이 큰 일을 맡기는 법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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