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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고잉 박리라 Oct 23. 2022

(D+15) 또 한주가 흘렀다

주치의와 면담을 하기로 한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그래도 금요일은 유연근무를 신청해 일찍 퇴근을 하고 친정으로 내려와서인지 지난주만큼 피곤하진 않았다.  


아침 9시, 집중치료실로 가 간호사께 주치의 면담을 요청드리고 밖에서 한참을 대기하니 저 멀리서 주치의가 걸어왔다. 평소 간단히 엄마 상태에 대해 설명만 해주셨는데 오늘은 따라 들어오라고 했다. 좀 더 상세한 설명을 할 모양인 것 같았다. 혹시나 엄마의 상태가 안 좋아져서 그런 걸까 마음을 졸였는데 오히려 주치의는 엄마의 경과가 상당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잘 모르는 내가 보아도 사진상으로도 엄마의 뇌 전후 사진은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이전의 뇌 사진은 뿌연 부분이 꽤 많았다면 최근에 찍은 사진은 이전 사진 대비 굉장히 뚜렷하고 깨끗해 보였다.


우려했던 재출혈과 혈관 연축도 이젠 안심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수두증인데 오늘은 머리에 꽂아둔 관으로 흘러나온 액도 20밀리 정도로 많지 않아 다음 주쯤에는 머리에 꽂아둔 관을 제거하기 위한 연습을 해 볼 거라고 했다. 뭔가 뇌압을 조절할 수 있는 기계가 엄마 머리에 꽂혀 있는 관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 그걸 조절했을 때에도 별 문제가 없으면 그때 관을 제거 한다는 소리 같았다. 그리고 주치의는 그 관을 제거할 수 있게 되면 엄마는 일반병실로 옮기게 될 거라고 했다.


엄마의 의식 수준이 아직 정상적이지 않고 거의 잠만 주무시는 상태인 데다 식사도 콧줄이나 영양제로만 하고 있는데 그게 가능하냐고 하니 그렇더라도 그때부터는 일반실로 내려가 재활을 함께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고령인 아빠가 엄마 간병을 할 수도 없는 데다 나 역시 회사 문제가 있으니 간병인을 써야 할 텐데 좋은 분을 어쩌 구하나 고민이 한가득이지만 엄마를 계속 집중치료실에 둘 순 없는 노릇이다. 일단 다음 주 머리에 꽂혀 있는 관을 제거할 수 있을 만큼 엄마가 잘 회복해준다면 그야말로 다행인 일이다. 거진 수면상태에 의사 표현이 잘 안 되는 엄마이지만 재활을 진행하다 보면 점차 호전될 거니까 말이다.


주치의가 설명을 마치고 돌아갔지만 주치의가 간호사에게 이야기해 준 덕분에 잠깐 동안 엄마의 면회가 가능했다. 엄마에게 내가 왔다고 얘기했지만 엄마는 살짝만 눈을 뜨고는 이내 다시 잠들어 버렸다. 흔들어서 깨우면 잠깐 눈을 뜨곤 했고, 무언갈 이야기하면 "응"이라고 대답을 하긴 했으나 정상적인 대화는 불가능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한참을 엄마 손을 잡고 조몰락 거리며 엄마에게 경과가 좋다고 지금 엄마는 굉장히 잘해나가고 있다고 이야기해드렸다.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아주 많이 깨우지 않으면 엄마는 대부분 주무시는 상태라고 했다. 주치의가 보여준 사진으론 엄마는 분명 나아지고 있었다. 푹 쉬시도록 해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엄마의 몸은 지금 회복하는 데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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