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잉고잉 박리라 Feb 05. 2023

(D+104) 이비인후과, 내분비대사내과 외래진료

탈수 그리고 기관(기도) 협착

엄마의 원인 모를 컨디션 난조가 2주 가까이나 지속되면서 며칠 전 다녀온 이비인후과 외래진료가 다시 잡혔다. 그때 이비인후과 외래는 처음이라 지금 입원해 있는 병원의 주치의 선생님이 써 준 진료의뢰서와 목 CT 사진을 들고 갔었는데 어쩐 일인지 그날 오후 5시경 다시 이비인후과(대학병원) 간호사실에서 전화가 와서는 추가 약이 처방되었으니 빨리 와서 받아가라고 했다. 또한 최대한 빠른 날짜로 안OO교수님 외래진료를 잡아두었으니 그날 오전에 꼭 방문해 달라는 게 아닌가. 그게 바로 오늘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어제 한 피검사 결과도 나트륨수치 과다, 전해질 불균형으로 나와 주치의 선생님께서 이비인후과 외래진료를 보러 가는 김에 내분비대사내과도 예약을 잡아 함께 다녀오녀오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던 터였다.

내분비대사내과 진료는 간단히 끝났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재활병원에서 검사한 결과지를 보자마자 교수님은 바로 "탈수"라고 하셨다. 삼킴 장애가 있으니 수분섭취가 부족했을 거라며 충분한 수분 섭취를 주문하셨고 기타 필요한 영양분 공급을 위해 약을 처방해 주셨다. 가뜩이나 콧줄을 빼고 난 직 후, 호흡도 어려워지고 기침도 심하게 하면서 최근 식사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잦은 외래진료까지 다니다보니 미쳐 수분섭취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했던 모양인지 탈수까지 와 버린 것이었다. 다른 것 보다도 탈수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서투른 나의 간병으로 벌어진 참사같이 느껴져서다. 내가 엄마를 잘못 돌보아서 생긴 일인 것만 같았다.

내분비대사내과 진료 후 곧장 예정되어 있던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러 들어갔다. 이비인후과 교수님은 엄마의 기도가 단순히 좁아져있는 것이 아니라 점차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병명은 기도(기관) 협착. 교수님의 설명에 따르면 방법은 3가지였다. 하나는 전신마취 후 수술을 통해 협착된 기도를 넓히는 것으로 이 방법이 가장 재발의 위험이 작다고 했다. 그러나 엄마의 컨디션으로 보았을 때 위험이 꽤 높은 방법이라 지금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다음 방법은 내시경 수술을 통해 좁아진 기도를 넓히는 방법인데 문제는 이 수술의 경우 재발이 잦고 국내에 수술 가능한 병원이 많지 않은 단점이 있었다. 마지막 방법은 기관절개였다. 기관절개야 손 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추후 관리와 호흡재활까지 고려한다면 나로썬 최대한 피하고 싶은 방법이었다. 응급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교수님은 소견서를 써줄 테니 엄마가 심장 수술을 받았던 서울삼성병원에서 내시경 수술을 받을 것을 권했다. 재발이 더리도 컨디션을 회복할 만큼의 시간을 벌 수 있으니 지금으로선 엄마에게 가장 안전하면서도 적절한 방법 일 것 같다고 말했다. 교수님은 한 달 정도 기도 협착의 진행을 늦추는 약을 처방해 줄 테니 최대한 빨리 그쪽 병원으로 예약을 잡도록 하라는 말과 혹여나 그 사이 급격히 호흡이 힘들어진다면 바로 응급실로 들어와 기관절개를 해야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기도협착이라니. 나는 한동안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기도가 좁아지고 있으니 엄마의 숨소리가 그렇게 거칠 수밖에 없었구나, 거기다 삼킴 장애까지 있으니 더욱더 먹는 것이 어려웠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산 너머 산이라더니 정말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다 싶으면서도 어찌 되었든 끊임없이 엄마를 괴롭히던 호흡 곤란의 원인을 찾은 것이니 다행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약간의 안도감도 들었다. 또한 첫번째 진료 이후 엄마의 상태를 허투로 넘기지 않고 최대한 빠른 날짜로 다시 외래 진료를 잡아 엄마의 상태를 재진단한 뒤 필요한 조치를 알려 준, 그리고 시간까지 벌어준 의료진이 있어 참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조금 무리를 한다면 자신들의 선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음에도 엄마의 컨디션과 현상황까지 고려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었으니 말로는 다하지 못할 감사함이었다.


긴 하루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D+100) 눈치코치 눈물콧물 병원생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