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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고잉 박리라 Feb 23. 2023

(D+140) 다시 응급실로

고요한 새벽, 엄마의 숨소리가 어딘가 이상해 눈이 떠졌다. 엄마에게 가까이 가 보니 오늘은 어쩐 일인지 엄마가 눈을 뜨고 계시기에 그저 평소와 같이 "엄마, 깼어? 아직 새벽 3시밖에 안 되었으니까 더 자!"라고 말하고 다시 누웠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내가 처음 들어보는 숨소리.

제대로 확인해 보는 게 좋겠다 싶어 불을 켜고 보니 엄마가 평소와는 너무도 달라 보였다. 눈은 뜨고 계신데 시선이 천장에 고정된 채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 나는 곧장 침대를 올려 상체 쪽을 살짝 세운 뒤 산소포화도를 측정했는데 수치가 30, 40대... 한 번도 이런 수치는 본 적이 없었다. 바로 간호사 선생님을 호출한 다음 나는 엄마를 모시고 응급실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선생님도 엄마의 상태를 보고 놀라셨는지 산소포호도 수치를 확인하시고는 바로 산소줄을 연결했다.

산소가 주입되자 곧 엄마의 산소포화도는 다시 90대까지 올라왔지만 의식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리 불러도 눈 맞춤이 되지 않았다. 살짝 손을 떠는 것 같기도 했다. 간호사 선생님은 내게 119를 부르는 것이 가장 빠를 것 같다고 했고 그 말에 곧장 전화를 걸자 정말 119는 10분 채 되지 않아 도착해 주었다. 사설 구급차는 자주 이용했지만 119를 타는 건 처음인데 엄마 상태가 좋질 않으니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다행히도 가까이에 있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역시 금방 도착했다. 의료진의 안내로 소생실로 엄마를 모셨는데 엄마를 소생실 침상으로 옮기자마자  5-6명의 의료진이 바쁘게 엄마의 상태를 체크하는 게 보였다. 밖에서 기다리는 내게 한 선생님이 오셔서는 자가호흡이 안되어 다시 기관삽관을 하고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하는데 연명치료를 할 거냐고 물어보셨다. 의료진으로서는 당연한 절차였을텐데 내가 직접 그런 질문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기에 몹시도 당황스러웠지만 곧 터지나 올 것만 같은 눈물을 참으며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그 선생님은 알겠다고 하시며 잠시 소생실로 들어가시더니 나를 응급실 보호자 대기실로 안내해 주셨다.

연명치료. 참 잔인한 단어다. 한 시간쯤 기다렸을까. 카카오톡으로 엄마의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최종 미결정 판정이 났다고 알림이 왔다. 재검을 받아야 하는가 보다.


엄마와 의료진을 기다리는 사이 어느새 날이 밝고 응급실에 사람이 붐비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진이력을 물어보러 전화한 간호사 선생님께 엄마의 상태를 여쭤보니 그래도 처음 왔을 때보다 상태는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여전히 자발호흡이 불가하고 승압제를 쓰고 있다는 말에 또 머릿속이 하얘져온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병자를 위한 기도문을 외면서 혼란스럽고 복잡하며 몹시도 불안한 이 마음을 가라앉혀 보는 것.


처음 엄마가 쓰러졌던 그날처럼 이번에도 엄마가 잘 넘겨주기를 바라본다. 빨리 재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엄마의 옆에 있을 수 있기를.




병자를 위한 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앓는 사람에게 강복하시고
갖가지 은혜로 지켜 주시니
주님께 애원하는
저희의 기도를 들으시어
강**의 병을 낫게 하시며
건강을 도로 주소서.

주님의 손으로 일으켜 주시고
주님의 팔로 감싸 주시며
주님의 힘으로 굳세게 하시어
더욱 힘차게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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