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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고잉 박리라 Mar 14. 2023

(D+144) 연명치료 중단?!!

엄마가 중환자실에 들어간 지도 약 일주일 가량 흘렀다. 여전히 엄마는 자가호흡이 되지 않아 기관삽관 후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고 있으며 승압제와 항생제를 쓰고 있는 데다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엄마는 삼성서울병원 내 중환자실로 올라갔는데, 여기는 매일 같은 시간(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까지) 주보호자 1인에 한 해 대면 면회가 가능하기에 그날부터 나는 쭈욱 병원에 출퇴근 도장을 찍었다. 중환자실로 옮긴 당일, 주치의로부터 언제든 전화를 하면 30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도록 멀리 가지 말라는 당부를 받은 터라 집에 있으면서도 온종일 마음을 졸였지만 그간 특별한 연락 같은 것은 없었다.

의식 없이 누워있는 엄마의 몸은 손과 팔부터 시작해서 점차 부어가고 있었다. 잠을 자듯 누워있는 엄마에게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를 해드릴까, 하기로 마음먹은 이야기를 울지 않고 밝게 잘할 수 있을까 마음을 가다듬으며 매일 같이 병원 복도를 서성였다.

중환자실  면회시간, 엄마를 보고 있는 내게 신경과 교수님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며 엄마는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의식이 없고 기도가 몹시 좁아져 있는 상태라고 말씀하시며 이러한 상태가 뇌경련으로 인해 기도가 좁아진 것인지 아니면 기도가 좁아져 뇌경련을 일으킨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었다. 어쨌거나 현재는 기관삽관 후 기도를 확보해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하고 있으니, 현재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치료는 지속되는 뇌경련을 잡는 것과 엄마가 의식을 차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는데 엄마의 의식 없음과 별다른 상태변화 없음이 약 일주일 가량 지속되고 있었다.

무거운 얼굴로 내게 다가온 주치의는 힘든 내색을 감추며 내게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의 뇌파 검사결과, 우뇌에서는 전혀 신호가 잡히지 않고 있어요. 강하게 약물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좌뇌는 경련파가 보이고요. 아마 의식이 깨어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한 기관삽관을 2주 이상 지속하는 것은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명치료를 지속할지 중단할지 결정해야 할 시기 같아요. 가족분들과 상의하시고 말씀 주세요"라고.

응급실로 들어갈 때부터 엄마의 상태는 소생하기 어려울 만큼 매우 심각해 보였기에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내겐 너무 버거운 이야기였다. 연명치료를 중단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냐고 묻자 주치의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그날의 새벽 3시, 엄마의 초점 없는 눈동자와 보글보글 거품이 낀 입, 미세하게 떨리던 오른쪽 손까지. 내게 트라우마처럼 남은 그 장면이 다시금 떠오르며 애써 막을 틈도 없이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인생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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