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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고잉 박리라 Mar 15. 2023

(D+146) 엄마를 보내드릴 준비

아빠에게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의견을 묻자, 아빠는 이제 그만 엄마를 편하게 보내주자 하셨다. 나 역시 머리로는 그러자 했지만 마음이 그러자고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주치의에게 연명치료중단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있으나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씀드리고 몇 가지를 여쭤보았다. 엄마를 특실로 옮긴 다음에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수 있는지, 특실로 옮겼을 때 가족들이 함께 임종면회를 할 수 있는지가 나의 질문이었다. 주치의는 인공호흡기를 떼고 일반실(특실)로 옮기는 것은 가능하지만 인공호흡기를 한 체로 일반실로 옮기는 것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그럼 배우자인 아빠와, 직계 자녀는 아니지만 엄마가 키운 사촌언니와 사촌오빠, 그리고 사위가 중환자실에서라도 면회를 할 수 있느냐고 여쭤보니 그러라고 원래는 불가하지만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 배려해 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며칠 전 주말, 아빠와 사촌언니, 사촌오빠, 나의 남편이 PCR검사 후 음성확인문자를 들고 엄마의 면회를 다녀갔다. 그 후 나는 아빠와 장례식장과 장지에 대한 상의를 했다. 엄마가 아직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아빠는 뭐가 그리 조급하냐며 쏘아붙였지만 아빠는 그에 대한 별다른 대꾸가 없었다. 그저 아빠의 의견을 제시하고 한참 뒤에 내가 대답을 하거나 의견을 내면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로 우리의 길고도 짧은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어제는 엄마의 형제자매와 친한 친구분들께 미리 전화드려 지금 엄마의 상태에 대해 설명드리고 마지막 인사를 할 시간이 필요한지를 여쭤보고 필요하노라 하신 분들께는 내가 면회시간에 들어가 화상통화를 하는 형식으로 짧은 인사 시간을 드렸다. 외삼촌들과 친구분들의 마지막 인사는 "봄이다. 얼른 일어나 꽃구경 가자"라던가 "포항에 회 먹으러 가자"와 같이 그저 일상적이고 평범했다. 눈물바다를 예상했으나 오히려 마지막 인사가 너무 산뜻해 덩달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내일은 엄마를 보내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려야지 하겠지. 병원을 오가는 것 말고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으니 시간이 남는데도 그 무엇 하나 할 마음을 낼 에너지가 없다. 엄마의 몸은 퉁퉁 부은 지 꽤 되었고 여기저기 물집이 생기고 있어 볼 때마다 안타까운데도 그거랑은 별개로 입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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