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곁에 있지만 나는 가끔 엄마가 너무 그리워
엄마가 뇌출혈이라는 큰 병을 얻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엄마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너무 늦은 것 같아 마음 한편에는 후회와 아쉬움이 자리를 잡은 지 오래지만 지난 세월을 돌이킬 수 없음을 잘 알기에 되도록 현재만 바라보고 집중하려 애를 쓴다.
그럼에도 어느 날에는 가끔 참을 수 없을 만큼 사무치게 예전 엄마의 모습이 그립다. 엄마의 팥죽과 김치, 계란말이와 미역국이 그리울 때도 있고 엄마와 함께 두류공원을 산책을 하거나 예전처럼 먼 곳으로 함께 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사라진 엄마의 모습을 찾아 내 속을 채우려 스마트폰 속 사진첩을 뒤적이곤 하는데 생각보다 엄마와 찍어둔 사진이 많지가 않아 이내 속상한 마음이 올라오고 후회만 한 번 더 쌓고 만다. 분명 내 속에 엄마와의 시간들이 아로새겨져 있을 텐데도 미련한 나의 기억 속 엄마는 여전히 희미하기만 하고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영상도 찍어두고 사진도 더더더 많이 찍어두고 함께 여행도 아주 많이 다닐 걸 그랬다.
자꾸 생각하면, 내 기억을 자꾸 들여다보면 조금 더 또렷해 질까? 지금으로선 알 수 없겠지. 그래서 나는 요즘 매일같이 엄마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 가끔 영상촬영도 한다. 죄다 환자복 차림의 엄마 사진을 넘겨 볼 때면 속상한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나중엔 이 사진조차 그리울 수도 있을 테니까.
"엄마, 엄마가 곁에 있는데도 자꾸 엄마의 예전 모습을 그리워해서 미안해요. 근데 가끔은 엄마를 보고 있어도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