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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고잉 박리라 May 18. 2023

전원 말고 재활의학과로 전과 부탁드립니다

친정집 근처 지방 소재 대학병원으로 전원 후, 나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매일 서울에서 이 곳으로 매일 출퇴근 중이다. KTX정기권을 이용하면 집에서 병원까지 약 3시간에서 3시간 30분가량이 소요된다. 그러니까 왕복 6~7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간병인 여사님이 자기가 잘 봐줄 텐데 뭘 그렇게까지 하냐며 보호자가 너무 유별나다며 내내 툴툴대셨고 나 역시 체력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살짝 무리하는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 부분만큼은 타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내가 가지 않으면 엄마는 하루종일 병원 침대에서만 누워 지내야 한다. 간병인 여사님이 식사와 대소변 처리 등 기본적인 것들은 챙겨주시지만 살갑게 말을 걸어주지도 손을 꼭 잡아주지도 않으신다. 내가 가면 항상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시청하는 중이셨지 엄마에게 무언가를 해주시지 않았다. 엄마에게 말 좀 붙여달라고 몇 차례 부탁드리긴 했지만 잘 되지 않는다고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부분이니다. 확인할 방법도 없고. 삼성서울병원에선 매일 타던 휠체어도 내가 가지 않으면 아무도 태워주지 않는다. 이송 요원이 없으니 간병인 여사님께 부탁을 드려야 하는데 나이가 많으신 여사님께 휠체어를 혼자서 태우는 것도 무리인 듯 싶고 나도 낙상사고 걱정에 그런 부탁이 꺼려졌다.

그래도 대학병원은 비교적 면회가 자로우니 내가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엄마를 매일 볼 수 있다. 아무리 오래 버텨본다 한들 앞으로 약 한 달, 그 뒤 특별한 이벤트 없다면 병원 측은 전원을 요구할 것이 분명했다. 나의 복직도 어느덧 약 한 달가량이 남았으니 그동안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더군다나 재활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전원을 하게 되면 이제 아무리 많이 보아도 한 주에 한번 정도 밖에는 엄마를 보지 못할 것이니까.

엄마가 이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한지는 딱 3주, 나의 출퇴근도 딱 3주 차가 지났다. 그동안 엄마의 상태는 조금 나빠진 부분도 있고 좋아진 부분도 있었다. 나빠진 부분은 삼성서울병원에서 호흡 재활을 통해 떼버린 산소를 1-2리터가량 달게 된 것과 간간이 미열이 나는 것이다. 그리고 좋아진 것이라고 한다면 손을 묶어두는 게 너무 싫어서 교수님께 부탁드린 뱃줄시술을 통한 식사가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는 것과 왼쪽 손과 왼쪽 다리의 움직임이 조금 좋아진 것, 오른쪽 손이 아주 조금(미세하게) 움직여진다는 것과 눈 빛이 또릿또릿 해 진 것이다.

첫 회진 때 만난 교수님은 여러 차례 CT검사와 뇌파검사 등을 해 보았지만 엄마가 처음보다 더 컨디션이 안 좋아진(인지나 신체기능적 면에서-무의식)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으나 바로 전원 얘기가 나오지 않아 안심하던 차에 주치의로부터 전원 요청 전화가 걸려왔다.

주치의는 요양병원이나 재활병원을 알아보자고 했지만 나는 단호하게 재활의학과로의 전과를 요청했다. 재활의학과에서 엄마를 받아줄지는 미지수이지만 엄마의 상태를 보았을 때에는 전원보다는 전과가 더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균이라도 해제해서 가면 참 좋으련만. 우리 엄마의 시간은 그날 이후 멈춰버린 것만 같은데 세상 속 시간은 참 빨리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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