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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고잉 박리라 May 22. 2023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외래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외래진료일이다. 사실 그동안의 나에게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면 엄마의 균해제, VRE 해제였다. 빠른 시일 내로 VRE해제가 된다면 다시 삼성서울병원을 포함한 상급종합병원 재활의학과 입원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이번 외래진료 때까지 균해제가 된다면 나는 교수님께 엄마의 재입원을 부탁드려 볼 요량이었다.

병원에서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이면 엄마의 균검사를 실시했지만 나의 바람과는 달리, 여전히 VRE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재입원 얘기는 꺼내도 소용없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그랬다. 오랜만에 뵌 교수님은 나의 재입원 문의에 단호하게 거절하시며 대기자가 많다 하셨다.
 
그래도 오늘은 엄마 보러 가는 것도 포기하고 진료를 보러 왔으니 엄마의 인지적 신체적 상태를 설명드리고 찍어둔 짧은 영상을 보여드렸다. 움직여지는 왼손으로 묵찌빠를 따라 하는 영상과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었다. 힘이 너무 없고 동작이 굼떠서 그렇지 아주 조금은 그래도 의사소통이 되고 있었다. 교수님은 영상을 대충만 보시고선 바로 "이런 것은 아주 좋은 신호입니다. 인지가 돌아오고 있군요. 좋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교수님의 호평에도 VRE해제 실패와 더불어 다시 찾아온 전원의 시기 때문에 나는 조금 우울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래. 그래도 그거면 되었다. 첫 번째 뇌출혈 때만큼의 회복 속도는 아니겠지만 서서히 좋아지고 있으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는데 아빠는 그런 내게 '기적도 이런 기적이 없다'신다.

어찌 보면 나보다는 아빠의 말이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엄마를 보고 있으면 그때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하고 빠르게 호흡기를 뗐다면 어땠을까 싶어 아찔하니까. 조금 더 힘을 내야겠다. 운이 좋은 엄마는 두 번째 기적을 경험 중인데 내가 축 쳐져서는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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