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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고잉 박리라 May 23. 2023

재활의학과로 전과

어젯밤, 재활의학과에서 전화가 왔다. 입원기간이 2~3주가량으로 짧은데 그래도 전과를 할 것인지를 묻는 전화였다. 어차피 전과가 안된다면 전원을 해야 할 테니 내게는 선택의 여지 따윈 없었다. 당연히 전과를 원한다고 말씀드렸었다.

약 2~3주가량의 시간을 벌었으니 마음이 놓였던 모양인지 한 며칠 신경 쓰이던 약간의 두통이 말끔히 사라졌다. 아침에 아빠에게 전화를 드려 전과 사실을 알려드리고 나니, 간병인 여사님께 전화가 왔다. 이제 개인 휠체어와 랩보드를 쓰도록 하라는 사실을 전달해 주기 위함이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내려왔지만 이번엔 바로 병원으로 가지 않고 수성구 쪽에 위치한 재가복지센터에 먼저 들렸다. 상태가 괜찮은 휠체어를 대여하고 랩보드를 구매하기 위함이었다. 엄마는 이미 첫 번째 뇌출혈로 장기요양 2등급을 받아놓은 상태였기에 휠체어는 한 달에 약 6000원 남짓한 가격으로 대여가 가능했다.


휠체어를 빌려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에 도착하니 간호사선생님이 서울서 그거 가지고 내려온 거냐며 놀라시기에 근처에서 대여해 왔다고 말씀드렸더니, '아, 난 또! 깜짝 놀랐잖아요. 급한 거 아닌데...'라고 하신다. 항상 휠체어를 태울 때 도와달라고 말씀드리면 '제가 갈게요!'라며 먼저 와주시는 분이다. 이 곳 특유의 사투리에서 오는 친절하지 않은 말투지만 어딘가 싹싹한 마음이 느껴지는 간호사 선생님. 덕분에 오늘도 병원에서 많이 웃었다.


직접 가서 상태를 확인하고 가져온 만큼 새것 같이 내 마음에 쏙 드는 휠체어에 엄마를 태우고 랩보드까지 다니 재활병원에서 함께 생활하던 때가 떠올라 마음이 가벼워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전과가 되다니!! 역시 운 좋은 우리 엄마. 남은 2~3주의 기간 동안 VRE만 떨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이제 마이 있었다 아이가, 고마 가라, 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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