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평일과 같이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역에 내려 엄마를 보러 병원으로 왔고, 휠체어를 태워 한참을 건물 안과 밖을 산책했다. 휠체어를 탄 김에 족욕도 시켜드리고 세수도 시켜드리고는 침대에 눕혀드린 뒤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거다. 가방을 멘 채로 침대 앞에 서서는 엄마에게 하트도 날리고 막춤도 추면서 재롱을 부렸다.
그런데 앞 집 간병인 아주머니가 갑자기 내게로 다가오시더니, "하는 짓이 어쩜 그렇게 예쁘노! 서울이 아니고 이 곳에 사는 딸이라도 그렇게는 못 할기다"라며 내가 한 번 안아줘도 되냐고 물으셨다. 웃으며 "네~"하자 "고생 많아요, 정말. 엄마는 이렇게 효도하는 딸 있어 좋으실 거야"라고 하시는데 순간 눈시울이 붉어져 왔다. 눈물이 나려는 걸 꼭 참고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드리고 나니, 자신도 10년 전에 엄마가 많이 편찮으셔서 병원 생활을 오래 했고 결국 집으로 모셔서 본인이 직접 간병을 하다가 보내드렸고 그 뒤로 간병일을 계속하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었다.
그날의 여파 때문일까.
까칠하던 우리 간병인 여사님이 달라지셨다. 내게 보호자가 오든 안 오든 하루 2번은 휠체어를 꼭 태울 것이며 엄마 살뜰히 돌볼 테니 일이 있는 날은 굳이 내려오려고 애쓰지 말라며 문자를 보내신 한 편, 아침에 병원에서 걸려온 아빠의 전화 신고에 의하면 간병인 여사님이 벌써 엄마를 휠체어에 태워 산책 중이시더라는 것이었다.
우리 간병인 아주머니는 시키는 일은 똑 부러지게 잘하셨지만 수동적이며 가끔 "엄마는 비전이 없잖아" 같은 말로 내 가슴에 못을 박던 분이셨기에 고민도 참 많이 했는데 그날 이후 바뀐 태도 변화에 어리둥절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앞집 할머니가 퇴원하시면서 더 이상 뵐 수는 없게 되었지만 그때 나를 안아주셨던 그 간병인 아주머니는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