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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고잉 박리라 Jun 22. 2023

컨디션 난조

복직 하루 전이라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마음의 준비를 했다. 처음 휴직하고 재활병원에 들어갔을 때는 엄마의 마비 호전세가 너무 가팔랐다. 6개월 정도면 휠체어를 타고 화장실 정도는 다니시겠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때는 아빠와 간병 교대를 하기로 했었는데 우리가 계획했던 데로는 잘 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1시간 30분 이상 지속된 뇌전증 이후 엄마는 처음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왔을 때보다도 훨 상태가 안 좋아졌으니까. 그래도 기적적으로 의식이 돌아오고 이제는 간단한 의사표시가 가능해졌다. 돌이켜 보면 참 길고도 힘든 시간이었다.

다시 변화의 시점(복직)에 서 있자니 엄마가 잘 버텨줄지, 내가 회사에 다시 잘 적응하면서도 부모님을 챙기는 것에 소홀해 지진 않을지 이런저런 불안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졌지만, 잘해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로 마음을 잡았다. 지금의 나는 처음의 내가 아니니까.

그런데 아침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다시 구토를 했는데 의식이 쳐지고 혈압이 급격히 올라갔다고 말이다. 의사는 CT와 X-ray를 찍어본다고 했고 아빠는 급히 병원으로 갔다. 오전 내내 신경이 쓰여 지금이라도 친정집으로 내려가야 하나 어쩌나 고민하다 좀 괜찮아졌다는 아빠의 전화를 받고야 양재천으로 나가 5킬로미터나 달리니 그제야 마음이 진정되었다.

간병인 여사님께 들으니 검사결과 별 문제가 없으며 뱃줄 식사를 금식하고 수액을 맞기 시작하면서 컨디션이 많이 올라와 푹 주무시고 계시다고 저녁에도 전화가 왔다. 휴우. 이렇게 응급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그땐 좀 힘들어질 수도 있겠구나. 엄마의 컨디션 난조에 마음이 흔들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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