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전원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마음에 두고 있던 병원에 아빠와 함께 직접 가 보기로 했다. 방문상담을 원한다고 전화를 하자 병원 원무과에서는 근무시간 중이면 언제든 괜찮다고 했다.
나는 재활병원을 고를 때 면회가 자유울 것을 가장 중요하게 보았다. 폐쇄적인 곳은 신뢰감이 떨어졌다. 엄마의 상태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썩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경과 혹은 신경외과와 내과가 꼭 있는 재활병원을 원했는데 직접 방문해 보니 신경외과와 내과, 재활의학과가 모두 있는 데다 규모도 꽤 크고 면회도 생각보다 더 자유로웠다. 개원한지 오래 되었기에 시설이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병실과 재활실 등을 둘러보고 몇 가지 궁금한 사항을 여쭤본 다음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빠도 썩 병원이 마음에 차는 모양이었다.
아빠와 엄마를 어떻게 돌보면 좋을 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간병인을 쓰되 아빠가 평일은 매일 한 번씩 엄마 면회하는 것으로 하고 내가 주말마다 내려가 엄마 면회를 하고 2주에 한 번씩은 간병인과 교대해서 하루 간병을 하는 것으로 대략 가닥을 잡았다.
이제 병원 측과 협의해 전원 날짜를 정확히 정하고 다시 재활병원으로 그 날짜를 전달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래도 전원 할 병원을 마음속에 확정해 두니 마음은 편해졌다. 생각해 보면 엄마는 그간 대학병원에서 재활병원으로 전원 후 늘 상태가 몹시 나빠져 오길 반복해 왔다. 병원 K에서는 그래도 약 1달 반 정도 있을 수 있었는데 그때도 약 3-4주가량은 몹시 아슬아슬한 하루를 보내었다. 이번엔 또 어떨까 싶어 좀 두렵지만 엄마가 조금씩 나아지는 상황이니까 그때랑은 다를 거라고 믿어보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