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임종을 준비하실 분이 아니신 것 같아서요
다시 한번 더 3차 병원으로의 전원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엄마의 상태가 호전되면서 내가 조금 마음을 놓았나 보다. 어제 주치의의 전화를 받고 정신이 퍼뜩 들었다. 아침부터 이번주 진료가 가능한 대학병원에 예약을 잡고 여기저기 병원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간호사에게 진료의뢰서를 부탁하면서 혹시 외출이 가능하냐고 문의를 했는데 주치의에게서 전화가 왔다. 초진이니까 당연히 모시고 가는 게 좋고 그래야 입원장 받을 확률도 높겠지만 지금 외출은 안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리 급하게 움직이지 마시고 여유 있게 재활병원으로 옮긴 다음에 엄마가 안정될 때까지 시간간격을 두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심하진 않지만 폐렴에 전해질 불균형 문제, 가래가 많은 것 때문에 나조차도 엄마에게 외래진료가 혹여 무리가 되진 않을지 걱정이 되었기에 주치의의 의견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아 서두르려던 마음을 추스르고 잡아놓은 진료들을 2주 뒤로 모두 미뤄두었다. 그리고 아빠에게 말씀드린 서울의 요양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일단 거리가 가깝고 매일 면회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꼭 입원을 하고 싶다며 엄마의 현 상태를 설명드렸다. 3월에도 한 번 방문해서 입원상담을 했었기에 당연히 서류를 보내 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뭔가 상담자분 목소리에서 묘한 공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혹시 병상이 없냐고 여쭤보니 보호자분이 적극적 치료와 재활을 원하시는 것 같은데 "그쪽 병실은 자리가 비어있어 오신다고 하면 저희는 좋지만 편안한 임종을 준비하실 분이 아니신 것 같아서요. 고민이 잠시 되었지만 말씀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서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지난번 방문상담땐 오라고 하셨었는데 하며 말끝을 흐리니 그때는 너무 위중하셨으니 저희 병원에 충분히 오 실만 하셨다는 답변에 나는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요양병원임에도 그토록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 하며 입원 상담사분의 진심이 느껴지는 위로의 말하며 매일면회가 가능하다는 것 등이 모두 웰다잉에 목적을 두었기 때문임을 이제야 깨닫다니.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을 나만 알아차리지 못했구나 싶어 나 자신에게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세상에나. 내가 정말 바보였구나 싶었다.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는 전화를 끊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대화내용에 전화를 끊고도 한 동안 얼빠진 사람처럼 차에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그게 언제가 되든 빠르든 늦든 엄마의 생명의 배터리가 다 할 때까지 나는 웰다잉보다는 웰투두의 입장을 취하겠다고 그런 환경을 엄마에게 제공해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꼭 가능한 그 모든 것을 내 손으로 할 수 없을지라도. 그런데 순간 내가 생각한 방향이 정말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당사자인 엄마와 나를 내가 스스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그 요양병원의 정책과 같은 형태로 방향을 잡는 게 맞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엄마가 목관을 하게 되면서 말을 할 수도 없는 데다 뇌를 다쳐 본인의 상황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답을 알 수 없는 문제다. 어떤 이벤트가 발생하게 되면 그때마다 나는 똑같은 고민을 계속하게 될 테지만 내 선택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다. 엄마가 아프시기 전 내 기억 속에 엄마는 삶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한 분이셨으니까.
친정집쪽에도 미리 여러 군데 병원을 알아봐 두고 전화 상담까지 해두지 않았다면 정말 엄마를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만들 뻔했다. 그랬담 얼마나 다급해졌을까. 주치의 선생님이 당장 매몰차게 쫓아낼 것 같은 느낌이 아닌 것도 큰 다행 중 하나이고.
전원 준비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어렵다.
차분해져야지. 조금만 마음의 템포를 늦출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