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잉고잉 박리라 Jun 26. 2023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주일

엄마를 간병인 여사님에게 맡기고 나는 서울로 올라왔지만 이번주는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많은 한 주였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간병인 여사님과 손발이 맞아질 때까지 서로 적응하는 것이었는데 이게 좀 오묘했다.

내가 잠시 본 간병인 여사님은 여우과였고 그래서 몹시 애살스럽게 엄마를 대하는 듯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이번 간병인 여사님께 가장 큰 점수를 드렸었는데 어쩌면 내가 본 것과 다른 모습이 꽤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퇴근길 저녁 주기적인 통화에서 엄마를 돌보는 것이 힘드시다는 부분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지만 뭔가 엄마의 상태변화에 대해 명확하게 다 전달해 주시는 것 같지가 않았다. 석션(가래 뽑기)도 경험이 많지 않으신 듯했는데 그래서인지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았을 때에는 주로 휴지로 닦아 낼 뿐 자주 석션을 해 주시는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매일 오전 혹은 오후에 간호사실에도 전화를 드렸는데 약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피딩(뱃줄식사) 역시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빠가 매일 엄마 면회를 다녀오시는데 간병인 여사님은 아빠와도 금세 불편해진 것 같았다. 여사님은 아빠의 잔소리를 버거워하셨고 아빠는 여사님이 간병일에 서투른 것 같다며 자꾸 의심하셨다. 두 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도 조금 지치는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했는데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엄마는 계속 전해질 불균형문제를 겪고 있었는데 월요일부터 다시 나트륨수치가 올라가면서 수액을 달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사님이 그것 때문에 엄마를 휠체어에 태우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며 간호사실에다 침상재활만 해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이 말을 듣고는 바로 간병인 여사님을 교체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사람을 쓰는 일은 원래 내 마음 같지 않은 일이고 간병이란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니 많은 부분에서 내가 이해하고 넘어가며 맞춰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힘이 없어 도움이 전혀 되지 않아 평일에 본인의 집에 다녀오지 못했으므로 주말에 내가 내려오면 6시간가량 외출을 해서 본인 소유의 건물 청소도 하고 반찬거리도 사 오고 빨래도 한 다시기에 절로 한숨이 나왔지만 그것도 그러려니 넘어가고 원하시는 데로 맞춰드리기로 했다. 간병인 역시 충전의 시간이 필요함은 말하지 않아도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이었고 이미 내가 엄마 간병을 했었기에 간병에 대한 어려움은 없는 데다 어차피 특별한 일이 있는 주말이 아니라면 매주 내려올 계획이었기에 그렇게 하기로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 엄마와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일당은 올려 받으시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편의와 복지만 주장하는 여사님이 얄미웠지만 엄마만 편하게 지낼 수 있다면 다른 것은 어느 정도 감당할 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다른 것은 몰라도 엄마의 재활문제는 본인이 결정해서 통보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석션과 피딩은 지금은 잘하지 못하더라도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니 시간이 지나면 금세 적응하시겠지만 재활문제는 보호자인 나나 아빠에게 허락을 구했어야 했다. 그날의 전화통화 이후로는 내내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지만 다른 분을 구할 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니 한 주정도 더 지켜보기로 했다.


금요일밤, 회사 일도 조금 더 시간을 쓰고 싶어 부러 늦게 퇴근을 하였기에 길이 막히는 시간을 피해 저녁 9시가 다 되어 친정집으로 출발했는데 천안을 지나기도 전 병원 간호사실로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엄마의 뱃줄이 빠져서 내일 큰 병원 응급실에 다녀와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뱃줄이 빠진 것은 꼭 여사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는 일이었으나 다시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쉽지 않은 한 주였지만 그래도 내일 엄마를 만날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재활병원으로 전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