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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고잉 박리라 Aug 21. 2023

날씨처럼 무거운  주말

이번 주말엔 기차를 타고 혼자 내려갔다 오기로 했다. 덕분에 일요일까지 엄마와 병원에 머물 수 있어 좋았다. 토요일에 주치의도 만나기로 한 터였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는 지난주보다는 컨디션이 좋아 보였으나 뭔가 축 가라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간호사 선생님께 일주일 동안의 근황을 여쭤보니 지난밤 혈압이 떨어지는 이벤트가 있었다고 했다. 혈압이 곧 올라왔기에 승압제를 쓰진 않아도 되었지만 예의주시가 필요한 상황 정도로 느껴졌다.

지난주부터 들어가기 시작한 경관영양식이 소화가 안되어 하루종일 앉아 있는 바람에 엉덩이에 자그마한 욕창도 생긴 상태였다. 속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 마음을 아프게 한 건 엄마의 초점 없는 눈빛과 축 쳐진 컨디션이었다. 엄마를 흔들어 깨워 말을 걸고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드려도 엄마는 평소와는 달리 별 반응이 없이 자꾸 주무시려고만 했다. 한참을 병원에 있다 나왔지만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 남은 생의 딱 10년만 뚝 떼어 엄마에게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10년과 엄마의 온전한 하루를 맞바꿀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에게 기적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정말 아무것도 없다. 꺼져가는 촛불처럼 위태롭기만 한 엄마를 보는 게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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